한진칼 '3대 주주' 등극한 반도건설…지분매입 배경 '주목'
권홍사 반도 회장 "단순 투자 목적→경영권 참여 목적" 선언
조현아와 공동전선 예상 속 반도측 "정해진 바 없다"…사업 확대 목적일수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반도건설의 권홍사 회장이 '키맨'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그간 한진칼[180640] 지분 6.28%를 매입하면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세간의 관심에 "단순 투자 목적"이라며 표정관리를 해왔던 반도건설이 10일 결국 '3대 주주'로 올라섰다.
반도건설은 계열사인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을 통해 한진칼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 8.28%까지 보유지분을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이번 지분 매입의 배경에 대해서도 "경영 참가 목적"이라고 공식 선언하며 종전의 태도를 바꿨다.
반도건설 계열이 보유한 한진칼의 주식 8.28%는 KCGI(강성부펀드) 17.29%, 델타항공 10.0%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이며 조원태 회장(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보다도 많다.
반도건설 측은 이번 주식 추가 매입에 대해 "경영참여 목적이긴 하지만 (반도건설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재계에는 반도건설의 권홍사 회장이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요청으로 최근 모처에서 만남을 가졌고,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조 전 부사장과 공동전선 구축을 논의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를 토대로 권홍사 회장이 최근 수면으로 떠오른 조원태·조현아 남매간 경영권 갈등 구도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의 편에 서기로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은 업계에 알려진 '승마광'이다. 고 조양호 회장이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맡을 당시 권홍사 회장도 대한체육회 이사, 서울시승마협회 회장 등을 지내며 각별한 만남을 이어왔다.
최근 권 회장이 한진칼 주식 매입에 나선 데에도 조양호 회장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권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 조양호 회장의 친분을 고려해 투자 목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매입했다. 최근에도 매입했고 앞으로도 더 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오는 3월 조 회장의 재신임 건이 걸려있는 주주총회에서 권 회장이 어떤 입장을 견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주총 전까지 주요 주주로부터 의견을 들어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반도건설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도건설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시공능력평가 13위의 중견 건설사다.
'반도 유보라'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통해 주택전문업체로 성장했으며 수도권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전국에 약 7만여가구를 공급했다.
권홍사 회장은 과거 대한건설협회장을 비롯해 대한체육회나 승마협회 등 체육계까지 왕성한 대외활동을 펼쳤으나 건설 외 다른 업종으로 눈길을 돌린 적은 없다.
따라서 이번 한진칼 지분 확대를 계기로 최근 아시아나항공[020560]을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처럼 '모빌리티'를 비롯한 다른 쪽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단순히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의 편을 들어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경영권에 간여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반도건설 측은 "사업 다각화 등 목적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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