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실사 이달 말 결론…금감원 상주검사역 파견
실사 통보 일정 '13일'→'1월 말~2월 초' 지연
'잠적' 부사장 등 라임 인력 이탈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지난해 환매가 중단된 1조5천억원 규모의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에 대한 회계법인 실사가 지연돼 이르면 이달 말에나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실사 결과 도출이 늦어지고 라임자산운용의 인력 이탈이 잇따라 진행되는 것을 고려해 직원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그 시기를 저울 중이다.
12일 금융당국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라임자산운용과 금감원에 실사 결과를 이달 말 내지 다음 달 초까지 전달한다는 계획을 통보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애초 이달 13일까지 실사 결과를 통보할 계획이었지만 다소 지연되는 상황이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플루토 TF-1호' 등 3개 모펀드에 투자하는 1조5천억원 규모의 자(子)펀드에 대한 상환과 환매를 중단했고 이후 삼일회계법인은 이 펀드들에 대한 실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부실 자산 매각 등의 의혹이 불거진 이후 핵심 인력들이 회사를 떠나며 실사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라임자산운용 최고운영책임자(CIO)로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모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잠적한 상태다.
이 전 부사장은 코스닥 상장사 리드[197210]에서 벌어진 800억원대 횡령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자취를 감췄다. 라임자산운용은 한때 리드의 최대주주사였다.
또 라임자산운용의 본부장급 인력들이 회사에서 이탈하며 '사고 펀드'에 대한 정확한 자산 가치 파악 등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적인 회사라면 실사가 이미 끝났겠지만 인력 이탈도 있고 펀드 운용에 실제로 관여한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 (회사 업무가) 바로 작동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사가 지연됨에 따라 이번 사태는 더욱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사 결과가 나와봐야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자산에 대한 손실 처리·환매 재개 등의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이후 금감원 분쟁조정 절차도 진행될 수 있다.
이번 사태로 라임자산운용 사고 펀드에 돈이 묶인 투자자들이 법무법인을 통해 라임자산운용과 일부 판매사를 고소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별도로 금감원에도 분쟁조정 신청을 위한 민원들이 접수된 상태다.
금감원은 실사가 지연되고 라임자산운용 인력 이탈이 잇따르자 사태 수습을 위한 관리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상주검사역' 파견을 고려 중이다.
상주검사역은 금감원 직원이 라임자산운용 사무실에 상주하며 실사 진행 상황과 회사의 사태 수습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협의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파산하거나 개선명령 등을 받을 경우 회사 정상화 때까지 살림살이를 직접 관리하는 감독관을 파견할 때도 있지만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당장 파산 등의 상황이 발생한 것은 아니어서 감독관이 아닌 상주검사역 파견을 고려 중이다.
파견 시기는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나올 시기를 고려해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실사에 직접 관여할 여지는 없는 만큼 일단 실사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결론 도출 시점이 어느 정도 정해지면 직전에 개입하거나 실사 이후 판매사 등과의 갈등을 고려해 결론 도출 직후 파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은행 등 일부 판매사는 라임자산운용 위탁으로 펀드를 판매했을 뿐 사기 혐의 등에는 공모한 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설정액은 4조3천516억원으로 그해 7월 말(5조8천672억원)보다 1조5천억원(25.8%)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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