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행성' 화성 물 증발 예상보다 더 빨리 진행
극지방 얼음 수증기로 상승해 우주로 빠져나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붉은 행성' 화성에는 수십억년 전에 지구처럼 드넓은 바다와 호수, 강이 있었다. 바위만 남은 삭막한 계곡과 바닥에는 한때 물이 넘쳤던 흔적이 곳곳 남아있다.
현재는 화성 극지방에 극관(極冠)의 얼음 형태로 물이 존재하고 있다. 물이 많았을 때와 비교해 10%에도 못 미치지만 이마저도 지금까지 관측된 것이나 이론을 통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사라지고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에 따르면 이 센터의 행성과학자 프랑크 몽메상 연구원이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화성의 80㎞ 이상 상층 대기에 예상보다 많은 수증기가 대규모로 축적된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극관의 얼음이 태양 빛을 받아 수증기가 된 뒤 바람을 타고 상층 대기로 올라가면 자외선 복사에 노출돼 가벼운 수소(H)와 산소(O) 원자로 분해되고 중력이 지구의 40%밖에 안 돼 우주로 사라지고 마는데, 이렇게 될 가능성이 큰 상층 대기의 수증기 양이 여태껏 관측되거나 이론적으로 예측돼온 것보다 많다는 것이다.
지구에서는 수증기가 기온이 낮은 고도로 올라가면 먼지 입자와 결합해 구름으로 응축되기 때문에 수증기가 대규모로 급속하게 더 높은 고도로 올라가는 것을 방지한다.
하지만 화성에서는 이런 응결이 이뤄지지 않아 수증기가 과포화(supersaturation) 상태에 이르고 이 때문에 수증기는 더 높게 상승해 자외선을 받으며 수소와 산소 원자로 분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기간에 걸쳐 화성에서 우주로 빠져나간 물의 양을 늘려 바다와 호수, 강을 사라지게 한 메커니즘으로 설명됐다.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과 러시아가 합작한 엑소마즈(ExoMars) 프로그램에 따라 발사돼 화성 궤도를 도는 '가스추적 궤도선'(TGO) 관측 자료를 토대로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TGO 관측 자료에 따르면 화성 상층 대기 중 상당 부분이 현재 온도에서 이론적으로 허용된 것의 10~100배에 달하는 수증기를 가져 과포화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과포화에 따른 물의 증발은 온도가 높고 강한 바람이 부는 계절에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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