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왕실, 해리왕자 부부 '독립 선언' 수용 분위기(종합)

입력 2020-01-10 21:09
영국왕실, 해리왕자 부부 '독립 선언' 수용 분위기(종합)

여왕 등 왕족, 보좌진에 수일 안에 '실행가능 해결책' 마련 지시

마클 왕자비, 아들 있는 캐나다로 다시 돌아가



(서울·런던=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박대한 특파원 =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 부부의 이른바 '독립 선언'을 영국 왕실이 수용하려는 모양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찰스 왕세자, 윌리엄 왕세손이 보좌관들에게 해리 왕자 부부 사태 해결책을 수일 안에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날 이들은 대책 회의를 한 후 해리 왕자 부부가 왕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보좌진에 영국과 캐나다 정부, 해리 왕자 부부와 협력하라고 지시했다.

왕실 당국자들은 수일 안에 완전히 합의된 해결책을 공개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버킹엄궁은 앞서 공식 성명에서 해리 왕자 부부 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릴 복잡한 문제"라고 밝혔지만, 왕실 내부에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 보인다고 가디언은 분위기를 전했다.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는 지난 8일 오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시니어 왕실 가족 일원에서 한 걸음 물러나고 재정적으로도 독립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영국과 북미에서 균형 있게 시간을 보낼 것이며, 왕실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운 새로운 역할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와 형 윌리엄 왕세손 간 불화, 메건 마클 왕자비와 친아버지 간 갈등 등 사생활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관심에 따른 피로감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지목된다.

일각에서는 왕자 부부가 사전 조율 과정 없이 갑작스럽게 '왕실 독립'을 선언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왕실 전문 작가인 페니 주너는 "이들은 자영업자가 아니라 가족 기업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아무런 상의 없이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갑작스러운 '폭탄선언'으로 후폭풍을 불러온 메건 마클 왕자비는 영국에서 캐나다로 다시 건너갔다.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휴가를 캐나다에서 보낸 뒤 영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생후 8개월인 아들 아치는 유모와 함께 계속 캐나다에서 머물러왔다.

해리 왕자 부부의 대변인은 AFP 통신에 "왕자비는 캐나다에 있다고 확인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들은 마클 왕자비가 당분간 캐나다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해리 왕자 부부가 영국과 북미에서 균형된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주로 캐나다에 머물면서 미국도 오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캐나다는 영국과 옛 영국의 식민지였던 국가들이 주축이 된 국제기구인 영연방 회원국 중 하나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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