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란 대응 급한 트럼프…방미 한일 안보사령탑 이례적 만남

입력 2020-01-10 03:14
수정 2020-01-10 09:25
北·이란 대응 급한 트럼프…방미 한일 안보사령탑 이례적 만남

대이란 대응 바쁜 와중 한미일 협의로 백악관 찾은 정의용 등 잠시 만나

호르무즈해협 공동안보 기여·대북공조·한일 갈등방지 등 언급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일 협의를 위해 방미한 한일 안보사령탑을 8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만나면서 한일에 전달한 메시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정됐던 일정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져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되지만 호르무즈 해협 공동안보에 대한 동참 및 북한의 새 전략무기 공개와 관련한 공조, 한일 간 추가 갈등 방지 등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백악관의 9일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후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과 협의차 백악관을 찾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을 만났다.

만남은 잠시 이뤄졌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가장 강력한 동맹으로 칭하며 미국이 양국과 공유하는 지지 및 깊은 우정에 사의를 표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 실장 및 기타무라 국장과 만난 것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정 실장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협의차 미국을 종종 방문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건 드문 일이다. 특히 이번 만남은 사전에 예정된 것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만남이 이뤄진 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전 11시30분께 대이란 대응방침을 밝히는 대국민 연설을 하는 등 이란의 보복 공격과 맞물려 그 어느 때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이 분주한 때였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을 내 정 실장 및 기타무리 국장과 만났다는 것은 무게감 있는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특히 백악관 보도자료에 미국이 한일과 공유하는 지지 및 깊은 우정에 사의를 표했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원론적인 언급일 수도 있지만 일촉즉발을 가까스로 피한 중동의 정세가 여전히 한동안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일이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공동안보 요청과 관련해 일정 정도 기여방침을 밝힌 데 대한 언급일 수 있어 주목된다.

혹은 미국의 요청에 부응했다가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이란의 경고에도 한일이 주저하지 않고 행동에 나서주기를 바란다는 모종의 압박성 메시지가 전달됐을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이 새 전략무기 공개와 충격적 실제행동을 공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가운데 북한의 강경행보 차단을 위한 한미일간 공조를 당부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 상원의 탄핵심판 개시와 다음달 대선 레이스 본격화를 앞두고 있어 한미일 공조를 통한 대북 상황관리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까지 번졌던 한일 갈등과 관련, 추가적 상황 악화를 원치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한 직접적 메시지도 있었을 가능성이 있으나 짧은 만남이었던 만큼 신년 인사 이상의 구체적 내용이 포함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구체적인 논의는 오브라이언 보좌관과 정 실장, 기타무라 국장 간 협의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한미일 협의 소식을 전하며 이란과 북한 관련 상황, 한미일 삼자안보협력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