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대일로 현장] ②시진핑의 메갈로폴리스 '웨강아오 대만구'

입력 2020-01-10 07:00
[中 일대일로 현장] ②시진핑의 메갈로폴리스 '웨강아오 대만구'

세계 최장의 해상대교 강주아오 대교…"광둥·홍콩·마카오 가교"

마카오와 주하이 '일국양제' 방식으로 개발 중인 헝친다오 신구

"일국양제 한계 극복하지 못하면 광둥·홍콩·마카오 통합도 난관"

(광저우·주하이·후이저우=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경자년(庚子年) 새해 첫날 아침을 남중국해에서 맞았다.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광둥(廣東)성과 푸젠(福建)성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현장을 찾은 10여개 국가의 취재단은 중국 해사국(海事局)이 제공한 순시선을 타고 남중국해로 나갔다.

주장(珠江) 하구와 이어지는 남중국해에 세워진 강주아오(港珠澳) 대교를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홍콩과 마카오,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를 잇는 해상대교인 강주아오 대교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 대교다.



총길이 55㎞의 6차선 다리인 강주아오 대교는 2018년 10월 개통했다. 무려 9년 동안 153억 달러를 투자해 완공한 다리다.

주하이 입·출경사무소 부근 해변을 출발한 순시선은 10여분가량을 쾌속으로 달려 강주아오 대교의 주요 주교 가운데 한 곳에 도달했다.

다리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규모에 압도됐다. 앞다퉈 갑판으로 올라간 취재단은 남중국해에서 새해 첫날을 시작하는 소회를 간직한 채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번 취재를 지원한 중국신문사(中國新聞社) 관계자는 강주아오 대교 밑에서 새해맞이 글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내걸고 단체 사진을 찍자고 권유했고, 취재단은 모두 흔쾌히 응했다.

중국신문사 관계자는 "강주아오 대교는 중국 경제의 중심지 가운데 한 곳인 주장삼각주의 통합을 상징하는 인프라"라고 말했다.

주장삼각주는 중국 남부를 흐르는 주장 하류에 형성된 삼각주를 말한다.

광둥성의 성도인 광저우(廣州)를 꼭짓점으로, 남동쪽으로는 홍콩, 남서쪽으로는 주하이와 마카오까지 부챗살처럼 퍼져 있는 지역이다. 영어로는 '펄 리버 델타'(Pearl River Delta)라고 부른다.

중국에서는 몇 해 전부터 주장삼각주 대신에 '웨강아오 대만구'(?港澳大灣區·Greater Bay Area)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웨(?)'는 광둥성, '강(港)'은 홍콩, '아오(澳)'는 마카오를 각각 뜻한다.

중국 정부는 '개혁·개방'의 시발점이자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주장삼각주 지역을 세계 최고 수준의 메갈로폴리스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관심을 기울이는 프로젝트다. 웨강아오 대만구는 가히 '시진핑의 메갈로폴리스' 프로젝트라 부를 만하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2월 '웨강아오 대만구 발전규획 요강'을 발표했다.

광저우, 선전(深천<土+川>), 둥관, 후이저우, 주하이, 포산, 중산, 장먼, 자오칭 등 광둥성 9개 주요 도시와 홍콩과 마카오를 연결하는 거대 경제권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IT(정보기술) 허브'인 선전을 비롯한 광둥성의 IT 인프라와 홍콩의 금융 경쟁력, 마카오의 관광 자원을 활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메갈로폴리스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웨강아오 대만구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7천만명에 달하며, 이곳의 국내총생산은 15조 달러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를 적용하면 웨강아오 대만구의 경제 규모는 세계 13위인 스페인을 능가한다.

강주아오 대교가 웨강아오 대만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게 중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직 높은 통행료와 입·출경 절차 때문에 통행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주장삼각주 지역의 경제. 사회통합을 가속하는 가교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주아오 대교와 함께 웨강아오 대만구 통합을 위해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사업이 헝친다오(橫琴島) 신구 개발 프로젝트다.



헝칭다오 신구는 마카오를 품고 있는 주하이시가 일종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 방식으로 마카오 정부와 공동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중국 정부는 2009년 8월 주하이시 남쪽의 섬인 헝친다오를 국가급 개발 신구로 지정했다. 헝친다오는 마카오와 마주하고 있는 섬으로 마카오의 3배가량 크기다.

중앙 정부와 마카오, 주하이시는 금융, 바이오, 교육, 컨벤션 중심의 친환경 첨단도시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헝친다오 신구 개발프로젝트도 시진핑 주석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중요 사업이다.

시 주석은 부주석 재직 시절인 2009년 1월 헝친다오를 방문한 이래 모두 4차례 이곳을 찾았다.

일대일로 취재단이 찾은 헝칭다오는 곳곳에 고층 빌딩과 연구개발(R&D) 단지가 들어서는 등 10여년 전 개발 초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는 홍콩특파원 시절이던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여러 차례 마카오와 헝칭다오를 방문한 바 있다.

취재단을 안내한 헝친다오신구관리위원회의 베너스 청 씨는 "헝친다오 신구 개발 프로젝트는 시진핑 주석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라면서 "헝친다오 신구는 중앙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친환경 첨단도시로 발전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반경 100km 내에 홍콩과 마카오, 선전, 광저우, 주하이 공항까지 모두 5개의 공항이 있다면서 헝칭다오의 지리적 장점도 강조했다.

헝친다오는 친환경 첨단도시로 만들기 위해 전기, 통신, 수도 등 모든 관련 시설을 지하에 터널을 파고 매설했으며, 이러한 지하 시설물을 관리하기 위해 별도의 기관도 설립했다.

기자단이 방문한 터널에는 전력선과 통신선 수도관 등 모든 도시 관련 시설이 깔끔한 관으로 연결되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헝친다오 신구에 입주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 등 세제 혜택도 부여하고 있다. 특히 '헝친다오·마카오 청년 창업 밸리'를 조성해 청년 창업가들을 위해 파격적인 지원 혜택을 주고 있다.

중국 정부가 웨강아오 대만구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이곳을 중국 전체의 성장 동력으로 삼는 한편 일대일로 구상과 연계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덩훙(鄧鴻) 광둥성 정부 신문판공실 부주임은 "광둥성, 특히 웨강아오 대만구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중요한 거점"이라면서 "과거 광둥성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경제발전을 견인한 것처럼 일대일로 프로젝트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왕양(汪洋) 상무위원 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정협) 주석이 광둥성 당서기로 재직하던 2009년 7월 홍콩주재 외신기자들을 광둥성으로 초청, 산업현장 취재 기회를 제공했을 당시 덩훙 부주임을 만난 바 있다.

하지만 웨강아오 대만구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추진될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웨강아오 대만구 프로젝트의 한 축을 이루는 홍콩의 정치, 사회, 경제적 상황이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6월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안) 반대 시위로 촉발된 홍콩의 민주화 시위사태가 해를 넘겼음에도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의 시위사태는 기본적으로 일국양제의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콩을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구심력과 홍콩의 독자성을 유지하려는 홍콩 시민들의 원심력이 갈등을 일으키는 상황이 홍콩시위 사태의 본질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홍콩을 광둥성 주요 도시, 마카오와 통합하려는 웨강아오 대만구 프로젝트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취재단의 한 참여자는 "강주아오 대교를 통해 중국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가 하나로 연결됐지만, 진정한 통합을 위해선 갈이 먼 것 같다"고 말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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