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관측 블랙홀서 빛 99% 속도 물질분출 확인

입력 2020-01-09 08:27
첫 관측 블랙홀서 빛 99% 속도 물질분출 확인

M87* 제트 물질 빛 추월하는 속도 측정…'초광속운동' 사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블랙홀에서 분출된 물질들이 실제로 빛의 99%가 넘는 속도로 이동한 것으로 측정됐다.

지난해 4월 '사건 지평선 망원경'(EHT)을 통해 '그림자' 이미지가 포착돼 과학사 최초로 실제 관측에 성공한 M87은하 블랙홀(M87*)이 이번에도 측정 대상이 됐다.

찬드라 X선 우주 망원경을 운용하는 '찬드라 X-선 센터'(CXC)에 따르면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CfA)의 랠프 크래프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M87*에서 분출되는 '제트'(jet) 속도에 관한 연구결과를 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싣고, 최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미국천문학회(AAS) 235차 회의에서도 발표했다.

연구팀은 X선 관측 자료 비교를 통해 M87*이 내뿜는 제트 물질의 일부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인 것을 밝혀냈다.

M87*은 지구에서 약 5천500만광년 떨어진 처녀자리에 있는 타원 은하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초대질량블랙홀(SMBH)로, 태양 질량의 65억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세계 8곳에 있는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EHT로 그림자 이미지를 포착하며 실제 관측에 성공해 관심이 집중돼 있다.

블랙홀이 내뿜는 제트는 은하 중심에서 고에너지 입자들이 빔 형태로 강하게 분출되는 현상으로 직접 관측되지 않는 블랙홀의 존재를 보여주는 증거로 연구돼 왔다. 블랙홀 가까이 있는 물질은 블랙홀 주변을 휘도는 강착원반에 쌓여 안쪽은 블랙홀로 빨려들고 바깥쪽 물질은 다시 분출되는데, 이런 제트 현상을 통해 블랙홀의 존재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블랙홀 주변 물질이 강착원반에 유입될 때 불규칙적이어서 제트로 분출될 때도 덩어리가 져 찬드라 망원경으로 구분할 수 있는 점을 활용했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블랙홀에서 약 900광년과 2천500광년 떨어진 곳에서 포착된 제트 안의 물질 덩어리가 2012년과 2017년 사이에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900광년 떨어진 곳의 물질은 5년 사이에 빛의 6.3배, 2천500광년 밖 물질은 빛의 2.4배 속도로 움직인 것으로 측정됐다. X선으로 측정된 M87*의 제트는 약 1만8천광년에 걸쳐 형성돼 있었다.

연구팀은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는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이런 속도는 '초광속 운동'(superluminal motion)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했다.

빛의 속도에 가깝게 이동하는 물체가 시선에 가까운 방향으로 이동할 때 겉보기 속도가 빛보다 빠른 것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 초광속 운동인데, M87*에서도 제트의 분출 방향이 지구를 향하고 있어 빛을 넘어서는 속도가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전파나 가시광선을 통해서도 M87 블랙홀의 제트가 빠른 속도를 보인 것으로 관측되기는 했으나 제트 내 물질이 실제로 이동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지는 못했던 것으로 지적했다.

크래프트 박사는 "블랙홀의 제트가 X선 자료를 통해 이런 극단적 속도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찬드라 우주망원경의 X선이 있었기에 이런 측정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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