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아프면 의사찾듯 빚도 빨리 상담해야"

입력 2020-01-08 06:10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아프면 의사찾듯 빚도 빨리 상담해야"

"서민금융 앱 이달 출시…문턱 낮출 것"

"서민금융지역협의체 통해 어느 한 곳만 찾아도 지원 안내"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정수연 기자 = "광주에서 오신 한 50대 상담자분께서 말을 잇지 못하고 계속 울기만 하시는 거예요. 애들 병원비가 나가는 와중에 그만 손을 다쳐서 운영하던 식당을 잠시 휴업했더니 카드빚이 계속 쌓이더랍니다."

"'창피하다'며 감정에 북받쳐 우는 그분께 '살다 보면 돌에 걸려 넘어질 때도 있다. 다시 일어서도록 돕는 게 우리 역할이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은 8일 연합뉴스와 한 신년 인터뷰에서 지난해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현장에서 직접 상담한 일을 회상하며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서민금융 지원제도를 몰라서 재기하지 못 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이 원장은 2018년 10월 취임 후 1년 남짓한 기간 전국의 지원센터 31곳과 전통시장 17곳을 다니면서 서민금융 지원제도를 잘 모르거나 문턱이 높다고 여기는 이들이 여전히 너무 많다는 현실을 실감했다고 한다.

그는 "가장 좋은 건 서민금융 지원제도를 이용해 보신 분들이 입소문으로 홍보해 주는 것이지만, 은행에서 거절당해 서민금융을 이용했다는 걸 주변에 알린다는 게 사실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업무 대부분은 서민금융 지원제도를 널리 알리고 지원 문턱을 낮추는 일들이다.

이 원장은 "젊은 층도 편리하게 상담을 할 수 있게 서민금융진흥원 모바일 앱 개발을 완료했다"며 "이달 21일 정식으로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뱅크샐러드, 핀다 등 핀테크 서비스와도 협업해 서민금융의 접근성을 높이려 한다"고 덧붙였다.

고령층 등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서는 서민금융 지역협의체를 활용해 서민금융 지원제도를 알리는 데 힘쓴다는 계획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채무조정, 서민금융, 복지·자활 관련 유관기관들이 서로 연계해 취약층이 어느 한 곳만 방문하면 그에게 적합한 지원제도를 안내해 주는 게 지역협의체의 역할이다.

이 원장은 "아프면 의사와 상담해야 하듯이 채무 문제도 전문가와 빨리 상담하는 게 중요하다"며 "과중한 빚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들이 있는데 이를 몰라서 이용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력가들이 금융기관에서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받듯이 서민층도 재무적인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서민금융 PB'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맞춤형 지원을 받기 전 금융교육을 강화하고, 지원 후에도 재기에 성공할 수 있도록 재무 컨설팅을 챙긴다는 게 이 원장이 구상하는 서민금융 PB 시스템이다.

그는 "서민금융진흥원이 한 사람당 평균 1천80만원을 지원하는데 사후관리가 전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재정적으로 극단에 몰린 분들을 일으켜 정상 생활로의 복귀를 돕는다면 국민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미소금융중앙재단, 자산관리공사, 국민행복기금 등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서민금융 관련 지원 기능을 총괄하기 위해 2016년 출범한 기관이다.

햇살론, 햇살론17,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등이 대표적인 서민금융상품이다. 서민금융 관련 상담은 '1397 서민금융콜센터'(☎ 1397)에서 할 수 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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