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곤 도주에 '소 잃고 외양간'…개인 비행기 보안검사 강화
보석 때 GPS 장치하고, 달아나면 도주죄 적용…형법 개정 검토
WSJ "日공항 10곳 이상 사전답사해 허술한 간사이 공항 골라"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카를로스 곤 닛산(日産)자동차 전 회장이 보석 중에 해외로 도주하자 일본 정부는 뒤늦게 제도의 허점을 정비하겠다고 나섰다.일본 정부는 우선 곤 전 회장의 출국 경로로 지목된 개인 비행기 화물 검사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요미우리(讀賣)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개인 비행기의 보안 검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탑승하는 일반 항공기의 경우 납치 방지 등을 위해 각 항공사가 의무적으로 보안 검사를 해야 하고 정기편 승객의 짐 엑스(X)선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개인용 비행기의 경우 검사할지 말지를 기장이 판단하게 돼 있고, 곤 전 회장은 이런 허점을 이용해 일본을 탈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피고인이 보석 중에 달아나는 경우 '도주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이르면 내달 형법 개정을 논의하는 법제심의회에 자문할 계획이다.
현재는 교도소 등 형사시설이나 경찰서의 구류 시설에 구속된 피의자나 피고인이 달아나는 경우에만 도주죄가 적용되며, 보석으로 풀려나 있는 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곤 전 회장의 사건을 계기로 도주죄 적용 대상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보석 피고인의 동향을 감시하기 위해 위치정보시스템(GPS) 단말기를 신체에 장착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이런 방안도 법제심의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이와 별도로 보석 허가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으며, 이는 일선 법원의 보석 판단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곤 전 회장의 탈출을 계기로 일본의 보석 제도 자체가 매우 엄격해지고 유·무죄를 다투는 과정에서 피고인은 기존보다 불리한 조건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형사 절차에서 수사기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유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거나 '인질사법' 시스템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당하기도 했다.
7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의 탈출을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일당이 사전에 일본을 20차례 이상 방문했으며 일본 공항 10곳 이상을 답사한 후 간사이(關西) 공항의 경비가 허술하다고 판단해 곤 전 회장의 출국 경로로 활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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