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이냐 제거냐…미국 표적공습 두고 법적논란 점점 커져
CNN "솔레이마니 공습살해 정당성에 대한 의문 증폭"
대다수 전문가 "과도하다"…'위협 임박성·공습 자위성' 등 쟁점 수두룩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미국이 이란군 실세를 드론 공습으로 제거한 참수작전을 놓고 암살이냐 아니냐를 놓고 법적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사망을 놓고 미국과 이란이 사용하는 용어에서 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종식됐다'(terminated)는 표현을 쓰고 있다. 다른 미국 관리들은 '표적 살해'(targeted killing), '치명적 조치'(lethal action)라는 말을 꺼내고 있다.
반면 이란 대통령이나 총리는 둘다 솔레이마니의 사망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동기에 의한 살해인 '암살'(assassination)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1981년 이래로 미국 연방법률에 따라 암살이 불법으로 규정됐기 때문에 미국 관리들이 해당 표현을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에 따르면 여전히 사람들은 암살돼 왔고 정부가 늘 법을 위반한 것으로 여겨져 오진 않았다.
이는 미국법이 암살을 정확하게 정의하지 않는 데다가 행정부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데 다른 법들을 원용해왔기 때문으로 관측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솔레이마니를 죽인 것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바로 그가 기도한 위협이 '임박'했느냐와 함께 미국의 반응이 '방어적'인 것이냐다.
공습이 정당하기 위한 핵심 요건은 미국 헌법 2조상 위협이 임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적살해는 매우 협소한 상황에서만 국제법에 의해 허용된다.
그 때문에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백악관이 명확한 증거 제시 없이 공습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회의적인 평가를 한다.
우선 위협의 임박성 문제를 놓고 볼 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나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등은, 솔레이마니가 미국인 최소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갈 공격을 "수일이나 수주 내에" 감행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국무부 한 고위관리도 백브리핑에서 미 공관 공격 계획에 대한 압도적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물리적으로 솔레이마니를 체포할 수 없는 이상 그에 대한 '치명적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히나 샴시 국가안보프로젝트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당화는 아직 설득력이 없다면서 "무력사용이 매우 제한된 상황에서만 허용되는 국내·국제 법적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사한 대로 솔레이마니 살해를 둘러싼 정보가 더 공개될 때 판단할 사안이지만, 미 행정부가 외국에서 표적을 살해할 때 관리감독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샴시 국장은 미국 대통령이 갈등상황에서 자의적 생사여탈권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올바르지 않을 뿐 아니라 평화와 안보 관점에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공습의 자위성을 놓고 지난달 29일 미국 군수업자 한 명이 이라크에서 로켓포 공격에 사망한 것과 관련, 국무부 관리는 두 달 새 솔레이마니와 그가 조종하는 대리세력에 의한 11번째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그 말이 옳다면 이런 자기방어는 유엔 헌장에서도 정당하다.
하지만 초법적인 처형에 대한 유엔 특별 보고관인 아그네스 칼라마르드는 자기방어 정당성과 관련, 임박한 무장공격에 대한 증거가 있을 때만 유효하다고 방송에 말했다.
다만 자위에 대한 국제법은 진화하고 있어 논쟁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미국과 이란 간 무력 분쟁도 이미 진행 중인 사안으로 전쟁법이 적용될 것이고 그 연장선에서 볼 때 솔레이마니는 합법적인 표적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현재 양국간 무력분쟁이 있다는 증거가 없고, 오히려 미국과 이란은 이슬람 급진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 싸워왔다고 말한다. 미국 의회도 이란과 전쟁을 비준한 바 없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표적살해는 비국가 행위자인 테러분자와 외국 정부 관리를 구분해 왔으나 솔레이마니와 관련해서는 그런 구분이 훨씬 덜 분명하다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물론 미 정부는 솔레이마니를 2011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그가 지휘한 쿠드스군을 포함해 이란 혁명수비대도 지난해 4월 비슷한 딱지를 붙였다.
사실 테러리스트에 대한 표적살해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그 대상이 크게 확장됐으며 트럼프 행정부도 소말리아, 예멘, 시리아 등에서 드론 공격으로 표적 살해를 하고 가장 최근에는 시리아에서 IS 우두머리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제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덤대 로스쿨의 캐런 그린버그 국가안보센터 국장은 솔레이마니 사건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며 "정부 내 관리를 겨냥하면서 전쟁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고 CNN에 말했다. 그는 미국 행정부에 대해 "선을 넘었고 그 의미는 심대하다"고 말했다.
그린버그는 이를 '시스템 붕괴'와 연관돼있다고 본다면서 지난 10년간 아무런 견제가 없이 드론에 의한 공격이 계속해서 확대된 것에 대해 어떤 인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야당인 민주당이 솔레이마니 살해가 의회 인가 없이 이뤄진 데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가운데 결국 그 논란은 솔레이마니의 기도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가 공개될 때까지 심화될 것이라고 CNN은 내다봤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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