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파병하자 리비아 동부반군, 전략도시 '시르테' 점령
내전 세력판도 변화 가능성에 전격 굳히기 시도한 듯
카다피 고향이자 IS·유엔승인 정부가 눈독 들인 항구·군사요충지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터키의 리비아 내전 개입에 반대해온 리비아 동부 반군이 6일(현지시간) 지중해 해변 전략도시인 시르테를 전격적으로 점령했다.
7일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리비아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이 이끄는 동부 반군(LNA·리비아국민군)은 유엔의 인정을 받는 리비아 통합정부(GNA) 측이 장악하고 있던 시르테를 빼앗았다. 시르테는 GNA가 자리한 수도 트리폴리 동쪽으로 450㎞ 떨어져 있다.
아흐마드 알메스마리 LNA 대변인은 6일 TV방송으로 "우리 군의 전광석화 같은 작전 때문에 시르테 진공작전 3시간 만에 완전히 도시를 해방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수륙 양방향에서 이뤄진 진공작전에 앞서 수 시간 동안 시르테 GNA 측 진지에 대한 공중 폭격이 이뤄졌다.
GNA 측은 곧바로 시르테 함락 소식을 확인하지 않았으나 그 도시에 있던 한 GNA측 군 지휘관은 익명을 전제로 시르테를 잃었다고 인정했다.
동부 반군의 시르테 장악은 앞서 터키가 GNA를 지지하기 위해 파병을 결정한 것과 맞물려 이뤄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5일 실제로 터키군의 리비아 배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하프타르 동부 반군 사령관은 터키의 군사 개입에 맞서 리비아 전 인민이 봉기할 것을 촉구하며 지난해 4월부터 전개한 '수도 탈환' 작전의 강도를 최근 부쩍 높였다.
리비아 내전은 주변 지역 국가 간의 대리전 양상이 되고 있다.
GNA는 터키와 카타르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반면 동부 반군의 하프타르는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의 후원을 받고 있다.
이집트는 8일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키프로스 외무장관들과 함께 리비아 사태의 포괄적 해결을 추구하는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리비아 서쪽 인접국 알제리는 6일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과 함께 파예즈 알-사라즈 GNA 총리를 맞이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리비아에 정전을 선언할 것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트리폴리 주변에서 폭력 사태가 급박하게 고조되는 양상에 우려를 표했다.
시르테는 2011년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지지를 등에 업은 민중 봉기로 권좌에서 쫓겨나 살해된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고향이다. 시르테는 카다피 축출 이후 혼돈 상황에서 리비아로 침투한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요새가 됐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미국의 공습 지원을 받은 GNA가 수백명의 사망자를 내며 7개월 동안 전투를 벌인 끝에 2015년 초 IS를 쫓아낸 바 있다.
이번에 GNA를 물리치고 시르테를 차지한 동부 반군 소식통은 시르테 서쪽에 있는 해변 도시 미스라타에서도 상대편 무장세력이 철수했다고 밝혔다. 미스라타는 IS에 대한 싸움을 이끈 도시이자 GNA의 핵심 군사 요충지이다
시르테는 리비아 동부 석유 수출항 터미널들이 위치한 해안가 반달모양의 바로 서쪽 가까이에 있다. 동부 해변도시 벵가지에 근거지를 둔 하프타르 세력은 2016년 석유 수출항들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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