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잃어가는 홍콩…해운 물동량 세계 8위로 밀려나

입력 2020-01-06 16:23
경쟁력 잃어가는 홍콩…해운 물동량 세계 8위로 밀려나

中 본토 항만 급부상한 데다 자동·무인화 등도 뒤처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한때 세계 최대의 항만 지위를 누렸던 홍콩이 물류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그 위상이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19세기부터 100년 넘게 중국 남부 지역의 해상 관문 역할을 했던 홍콩은 20세기 말 세계 최대 항만으로 부상한 후 2000년대 초반까지 엄청난 해운 물동량을 자랑하며 1위 항만의 자리를 지켰다.

특히 중국의 개혁개방과 급속한 경제개발이 이뤄졌던 1972년부터 2012년까지 홍콩 항만의 물동량은 무려 18배 성장했다.

이는 다른 항만의 추격을 불허하는 것으로, 같은 기간 홍콩의 경쟁 항만이었던 싱가포르는 10배 성장에 그쳤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광둥(廣東)성을 중심으로 중국 남부 지역에 대대적으로 투자한 홍콩 자본이 생산한 제품의 수출과 원자재 수입을 처리할 무역항으로 홍콩을 지정,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중국 본토 항만들은 기반 시설과 관련 법규가 미비해 홍콩과 경쟁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과 더불어 중국 본토 항만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홍콩은 세계 1위 항만의 자리를 내주게 된다.

중국의 고도성장에 힘입어 2002년부터 2012년까지 광저우(廣州)의 물동량 성장세는 연평균 57%에 달했고, 상하이는 28%, 선전(深천<土+川>)은 20%에 이르렀다.

반면에 같은 기간 홍콩의 물동량 성장세는 고작 연평균 2%에 머물렀다.

그 결과 지난 2016년 세계 주요 항만 중 1위 상하이를 비롯해 선전(3위), 닝보·저우산(4위), 광저우(7위), 칭다오(8위), 톈진(10위) 등 무려 7개의 중국 본토 항만이 10위 안에 포진했다.

같은 해 싱가포르는 2위를 차지했고, 홍콩은 5위에 머물렀다. 부산은 6위였다.

이어 홍콩은 2017년 광저우와 부산에 밀려나 세계 7위로 주저앉았고, 지난해 1∼11월에는 칭다오에도 밀려나 세계 8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11월 홍콩의 해운 물동량은 1천680만 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홍콩 항만의 추락은 자동·무인화, 디지털화 투자에 소홀히 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칭다오가 아시아 최초로 완전 자동화한 항만으로 탈바꿈하고, 상하이의 신항만도 세계 최대의 완전 자동화 항만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지만, 홍콩 항만에서 자동화한 터미널은 고작 1개 구역에 불과하다.

여기에 더해 지난 6월 초부터 시작해 새해 들어서까지 이어지고 있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도 홍콩의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홍콩해운협회의 한 전문가는 "홍콩의 항만 순위가 추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투명한 과세 체계와 법치주의, 개방 경제라는 강점도 만만치 않다"며 "항만업계가 대대적인 자동화 투자에 나서고, 홍콩 정부 또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면 홍콩의 해운물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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