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드스군 새 사령관은 솔레이마니와 '영혼이 같은 오랜 동지'
에스마일리 거니…이란·이라크전 전공 세우며 전우애 다져
20여년간 함께 조직 이끌어…전문가 "같은 영향력 가질지는 의문"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미국이 표적 공습으로 제거한 거셈 솔레이마니에 이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에 임명된 에스마일리 거니(63) 준장은 20여년간 부사령관으로서 솔레이마니와 함께 쿠드스군을 이끈 인물이다.
1957년 8월 이란 북동부 종교 성지 마슈하드에서 태어난 거니는 팔레비 왕조의 몰락과 혁명을 목격하며 성장했다고 AP통신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20대 초반이던 1979년 혁명수비대에 입대했다.
처음에 이란 북서부 쿠르드 지역, '쿠르디스탄'에서 쿠르드 분리주의 활동을 진압하는 임무를 맡았다가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터지자 전선에 배치됐다.
8년간 많게는 100만명이 사망한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거니는 지휘관으로 혁혁한 전공을 세웠으며, 솔레이마니와 피보다 진한 전우애를 다졌다.
이란·이라크 전쟁 후 거니는 막 창설된 쿠드스군에 합류했으며 1997년부터 부사령관으로서 솔레이마니를 보좌해 조직을 이끌었다.
쿠드스군의 주요 임무는 국외에서 시아파 민병대를 조직하고 지원하며 이란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이스라엘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외신에 따르면 부사령관으로서 거니는 방첩 활동을 지휘했으며, 한때 이란 동쪽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관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서방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2012년 미국 재무부가 거니를 제재 대상에 추가하면서다.
당시 미국 재무부는 거니가 아프리카 내 조직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재정 집행'을 맡고 있으며 서(西)아프리카 감비아로 무기를 밀수했다고 발표했다.
거니 사령관은 과거 이란 관영 IRNA 통신과 인터뷰에서 솔레이마니와 관계를 두고 "우리는 전쟁의 사내들이다"고 정의했다.
거니는 이 인터뷰에서 "우리의 결속과 우정은 지리, 땅, 도시에 따라 형성된 게 아니다"며 "고난 속에서 생긴 우정은 더 강력하고 오래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국영 TV에서 한 전문가는 "지난 5∼6년간 솔레이마니는 '거니와 나는 몸은 두 개지만 영혼은 하나'라고 두어번 주변에 얘기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솔레이마니가 출장으로 자리를 비울 때 거니는 솔레이마니한테 조언을 해주곤 했고, 최고위급회의에도 참석했다"며, "각지에 있는 모든 민병대 조직이 거니를 잘 안다"고 설명했다.
거니가 장기간 솔레이마니와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서 가장 '준비된' 후임자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외신은 그러나 거니가 솔레이마니에 버금가는 국내외 영향력을 가질지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을 전했다.
솔레이마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설득해 시리아 내전에 개입시킴으로써 전쟁의 판도를 뒤집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등 군사 지도자를 넘어 외교적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얀 전 이란 외무차관은 푸틴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과 같은 고도의 외교·정치적 역할은 솔레이마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거니는 미국과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다졌다.
그는 3일 "기다리라, 그러면 중동 전역에서 미국인의 시체를 볼 것이다"고 경고했다.
4년 전 이란 주간지 람제 오부르와 인터뷰에서 거니는 "미국·이스라엘과 교착상태는 핵 문제나 인권 같은 것 때문이라기보다는 우리가 그들에 저항하는 법을 익히고 또 다른 나라에 그것을 가르치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이란이 그들을 내버려 둘 것이라고 여긴다면 순진무구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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