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이란 군부실세 사살' 놓고 트럼프 옹호·비판 양분
공화 "결의와 힘의 표시"…민주 "끝없는 전쟁에 가깝게 해"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공습으로 이란 군부 실세가 폭사해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미 의회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3일(현지시간) CNN과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개원한 미 상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은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공습 살해한 것을 놓고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공화당은 솔레이마니가 '테러 주모자'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다고 지지했지만, 민주당은 이번 일이 군사적 대결을 촉발해 '끝없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와 상의하거나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며 절차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개원 연설에서 솔레이마니는 아무런 제약 없이 테러를 실행한 "테러 주모자"이자 "악인"(evil man)이었다며 그는 10년 넘게 중동 전역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악랄한 활동을 지휘했다고 비난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트럼프의 이번 공격에 대해 "결의와 힘의 표시"라고 했다고 CNN은 전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머무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이번 주 방문했을 때 "잠재적인 작전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며 이는 "솔레이마니가 계획하는 미래의 공격을 무력화하기 위한 방어적 공격"이라고 옹호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솔레이마니의 행적은 비난하면서도 그의 사살이 몰고 올 부정적인 영향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변인을 통해 솔레이마니 사살은 "폭력의 위험한 확대"를 불러일으킨다고 밝혔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도 솔레이마니의 죽음에 대해 "누구도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면서도 "트럼프는 우리나라를 또 하나의 끝없는 전쟁에 더 가깝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경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공화당은 방금 다이너마이트 막대기를 부싯깃통(tinderbox)에 던져 넣었다"면서 이번 사태가 불씨로 작용할 것을 우려,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CNN에 따르면 슈머 대표는 "솔레이마니를 상대로 한 작전은 사전 통보나 의회와의 협의 없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통상 이 정도 수준의 중요한 작전을 미리 통보받는 여야 지도부 8명의 일원이지만 이번에는 그런 통보가 없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전통적으로 주요 군사 행동에 앞서 양원 중진 의원들에게 사전에 알리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AFP는 전했다.
공화당 의원 중에서는 해외에서의 미군 관여 확대에 반대해온 랜드 폴 상원의원이 의회의 승인이 없는 전쟁에 반대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일각의 비판과 관련, 매코널 원내대표는 다음 주 상원의원 전원이 이번 사안에 대한 기밀 브리핑을 받도록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검토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해 달라고 말했다.
AFP는 여야 충돌과 관련, "트럼프의 이란 사령관 살해 지시는 미국의 극명한 정치적 분열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한편 로이터는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이 하원의 탄핵 표결을 앞둔 1998년 당시 이라크에 대한 4일간의 폭격을 명령한 바 있다면서 이 공습으로 투표가 지연됐지만, 막지는 못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상원의 탄핵심판 개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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