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맥주 딱 한잔·장관에게 전화"
새해 벌금·면허정지 두 배 이상 늘리자 곳곳에서 경찰과 '옥신각신'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베트남 당국이 새해부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면서, 경찰과 시민들이 음주운전 측정을 놓고 곳곳에서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였다고 베트남 현지 언론이 3일 전했다.
새해부터 개정된 처벌 규정에 따르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벌금이 기존 1천600만~1천800만동(약 80만~90만원)에서 3천만~4천만동(150만~200만원)으로 두 배 안팎으로 올랐다.
또 면허정지 기간도 기존 4~6개월에서 22~24개월로 대폭 늘었다.
경찰도 개정된 규정에 따라 새해 첫날인 1일에 이어 2일에도 집중 단속을 진행했다.
온라인 매체 징에 따르면 하노이 시내에서 경찰 음주단속에 적발된 한 남성은 단속 경찰에게 "친구와 와인 두 잔을 마셨을 뿐"이라고 발뺌했지만, 측정 결과 상당한 음주를 한 것이 드러나 3천500만 동(175만원)의 벌금과 2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일간 뚜오이째에는 전날 밤 호찌민 시내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음주단속반에 잡힌 60대 남성의 이야기가 실렸다.
이 남성은 "기일이어서 맥주 딱 한잔했다. 집이 바로 이 근처"라며 음주측정에 응하지 않다가 급기야는 "교육부에 근무하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친다"라고 말한 뒤 전화기를 들고 "장관에게 전화를 걸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2시간가량 이어진 경찰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끝내 음주측정에 불응한 이 남성은 700만 동(약 35만원)의 벌금과 24개월간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이 남성의 오토바이도 일주일간 압수했다.
강화한 규정에 따르면 오토바이 음주운전의 경우에는 기존 최대 300만~400만 동(15만~20만원)에서 최대 600만~800만 동(약 30만~40만원) 동으로 벌금이 올랐고, 면허정지 기간도 최대 3~5개월에서 22~24개월로 4배 이상 늘었다.
대낮에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운전자도 있었다.
하노이 시내에서 오토바이 뒷자리에 '술친구'를 태우고 가다 음주단속에 걸린 한 남성 운전자는 음주측정 결과, 벌금 700만 동과 면허정지 2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 운전자는 "친구와 와인 두 잔 마신 게 전부"라면서 선처를 호소했지만, 음주측정기를 속이진 못했다.
베트남 당국은 이와 함께 새해부터는 '자전거 음주운전'에 대해서도 처벌 규정을 신설, 8만동(약 4천원)에서 최대 60만 동(약 3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베트남 남성들은 세계적으로도 술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지 언론이 인용한 한 국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베트남 남성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하루 평균 5잔의 술을 마시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태국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현재 베트남 국민은 한 해 평균 41억 리터의 맥주를 마셔 동남아 국가 중에서는 가장 술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베트남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의 40%가 과도한 음주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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