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안받겠다' 네타냐후, 뇌물·사기 혐의 면책특권 요청
의회 해산상태 이용해 내년 3월 총선 때까지 '방탄 지위' 확보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 비리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정치생명의 위기를 겪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의회에 면책특권을 요청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1일(현지시간)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법에 따른 것이며, 여러분과 이스라엘의 미래를 받들려는 목적을 지닌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그에 대한 재판은 적어도 조기 총선이 시행되는 내년 3월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총리가 면책특권을 요청하면 재판은 시작할 수 없는데, 현재 이스라엘 의회는 총선을 앞두고 해산한 상태라 3월 전까지는 이 요청의 가결 여부에 대해 투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법은 현직 총리가 오직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만 사퇴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한다.
이를 고려하면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 이후에도 면책권을 주장하며 직을 유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인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의 베나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는 자신이 유죄인 사실을 스스로 안다"고 비판하며 청백당은 총리의 면책을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 등으로부터 수년간 '돔 페리뇽' 등 고급 샴페인과 '파르타가스' 쿠바산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스라엘 최대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해 11월 21일 기소된 그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검찰과 언론이 마녀사냥을 벌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권 보수당인 리쿠르드당 대표이기도 한 네타냐후 총리는 부패 혐의와 더불어 의회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한 연립 정부 구성에 실패하며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는 올해 4월 9일 조기 총선이 실시된 뒤 연정에 성공하지 못했고, 지난 9월 17일 총선 이후에도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가 잇달아 연정을 꾸리지 못했다.
청백당은 검찰에 기소된 총리와는 연정을 꾸릴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3월에 총선이 치러지면 이스라엘은 지난 1년 총선을 3번이나 치르게 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6일 실시된 리쿠드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하며 당수와 총리직을 지켰지만, 두달여 앞둔 총선에서 리쿠드당이 승리할지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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