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새해 첫날부터 시위대-경찰 격렬 충돌…"100만 시민 참여"(종합2보)

입력 2020-01-02 00:21
수정 2020-01-02 11:43
홍콩 새해 첫날부터 시위대-경찰 격렬 충돌…"100만 시민 참여"(종합2보)

'선거 압승' 범민주 진영 구의원들, 행진 선두서 이끌어

최루탄-화염병 공방전 벌어져…中 보험사·HSBC은행 시위대 공격받아

대규모 검거로 400명 넘는 시위대 체포…작년 6월후 총 체포자 7천명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해 6월 초 시작된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7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새해 첫날인 1일 홍콩에서 주최 측 추산 100만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도심 시위가 벌어졌다.

주최 측은 평화행진을 촉구했지만, 도심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지고 400명이 넘는 시위대가 체포돼 올 한해도 순탄지 않을 홍콩 정국을 예고했다.

◇'선거 압승' 범민주 구의원들 행진 주도…주최 측 "100만 참여"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1일 오후 빅토리아 공원에서 수십만 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홍콩 정부에 시위대의 5대 요구 수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해 6월 9일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한 시위와, 같은 달 16일 200만 명 시위 등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단체이다.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한 지난달 8일 집회에도 80만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했다.

이날 집회 주제는 '약속을 잊지 말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가자'였다. 현장에서는 새끼손가락을 걸고 있는 두 손이 그려진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주최 측은 이날 시위에 103만 명이 참여한 6월 9일 시위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반면에 경찰은 6만여 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빅토리아 공원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팔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쫙 편 채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자유를 위해 싸우자. 홍콩과 함께(Fight for freedom, stand with Hong Kong) 등의 구호를 외쳤다.

쫙 편 다섯 손가락은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시위대의 5대 요구를 가리킨다.



이들은 "경찰 수당 지급에 반대한다", "경찰을 즉각 해체하라" 등의 구호도 외쳤다.

이는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시위 진압 경찰 등에 지급된 시간외수당과 식대 등이 총 11억8천500만 홍콩달러(약 1천800억원)에 달하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고등학생 콴(16) 군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캐리 람 행정장관은 우리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위는 새해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빅토리아 공원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로드까지 행진했다. 시위 참여자가 워낙 많아 행진은 수 시간 동안 이어졌다.

대열의 선두에서는 지난해 11월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범민주 진영 소속 구의원들이 행진을 이끌었다. 이날 행진에는 범민주 진영에서 출마해 당선된 388명 구의원 중 절반 이상이 참여했다.

구의원에 당선된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대표는 "범민주 진영 구의원들은 앞으로 민생문제뿐 아니라 홍콩의 더 큰 현안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구의원은 최근 경찰에 체포된 '스파크 얼라이언스'(Spark Alliance·星火同盟) 관계자들을 위해 모금 활동을 했다.

지난달 경찰은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모금 활동을 해온 스파크 얼라이언스가 모은 7천만 홍콩달러(약 100억원)를 동결하고, 관계자 4명을 돈세탁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시위대 중에는 국제사회에 홍콩 시위 지지를 촉구하면서 성조기, 영국 국기, 대만 국기 등을 들고 있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시위에는 40여 개 노동단체가 참여해 행진을 이끌면서 시민들에게 노조에 가입할 것을 촉구했다.

지미 샴 대표는 "노조에 가입하는 것은 미래의 '3파(罷) 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3파 투쟁은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를 말한다.





◇주최 측 "평화집회" 호소에도 곳곳 시위대-경찰 충돌

이날 집회와 행진을 허가한 홍콩 경찰은 행진 과정에서 폭력 사태 등이 발생할 경우 행진을 즉각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에 민간인권전선은 행진을 평화롭게 진행하자고 호소하면서 200여 명의 질서유지 요원을 현장에 투입했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는 주최 측의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격렬한 반중국 정서를 드러내면서 과격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완차이 지역에 있는 중국 보험사인 중국인수(人壽)보험 건물 유리창과 구내 커피숍 기물을 파손했으며, 친중 재벌로 비난받는 맥심 그룹이 운영하는 스타벅스 매장에 화염병을 던졌다.

시위 지원 단체 스파크 얼라이언스의 계좌를 정지한 HSBC은행은 이날 시위대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시위대는 HSBC은행 완차이 지점에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유리벽 등을 부쉈으며, 센트럴 지점에는 불을 질렀다. 이에 소방대가 출동해 곧바로 진화했다.

또한, 센트럴에 있는 HSBC 본사 앞 사자 동상에 스프레이로 페인트를 뿌리고,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다(天滅中共)'라는 포스터를 붙여놓았다. 일부 시위대가 동상에 불을 붙였으나, 곧바로 꺼졌다.

시위대는 센트럴에 있는 홍콩 최고 법원인 고등법원 입구에 사법부를 비난하는 낙서를 하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대의 과격 행위가 이어지자 오후 5시 30분 무렵 주최 측인 민간인권전선에 행진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민간인권전선은 시민들에게 시위 현장을 즉시 떠날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민간인권전선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위대는 밤늦게까지 도심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는 완차이, 코즈웨이베이 지역 등에서 화염병을 던졌으며, 이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경찰은 코즈웨이베이와 센트럴 지역에 물대포 차를 투입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경찰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과 입법회 의원 등을 비롯해 시민들에게 최루 스프레이를 마구 뿌리고, 무차별 검거 작전을 펼쳐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하루 동안 400여명 체포…작년 6월 후 총 체포자 7천명 달해

경찰 관계자는 이날 하루 동안 최소 400명의 시위대가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18∼19일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던 홍콩이공대와 그 인근에서 1천100여 명의 시위대가 체포된 후 최대 규모의 검거이다.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지금껏 체포된 시위대가 6천500여 명이므로, 이날 체포자까지 합치면 총 체포자는 7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날 밤에는 경찰이 웡타이신 지역 산기슭에서 화염병 제조용으로 추정되는 석유 5통과 빈 병 51개를 적발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2시에는 시위자 5명이 툰먼 지역에서 운행하던 경전철 내에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지르는 사건도 벌어졌다.

불이 나자마자 경전철 차량이 멈춰서고 승객이 모두 밖으로 대피해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시위대는 인근에 세워져 있던 이층버스에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지르기도 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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