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가스공급 연장 막판 합의…기간·용량 반토막
우크라 대통령 "새 계약에 양측 사인"…5년간 유럽에 400∼650억㎥ 공급
"러, 우크라 우회 새 가스관 완성 앞두고 공급량 줄여"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분쟁 관계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천연가스 공급·수송계약 만료 직전에 새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공급 기간과 물량이 대폭 축소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0일(키예프 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기업 가스프롬과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기업 나프토가스가 새 가스 공급·수송 계약에 조인했다고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알렸다.
종전 계약은 이달 31일까지다.
앞서 21일 양측은 계약 갱신에 큰 틀에서 합의했고, 이후 세부 조건에 합의해 새 계약이 체결됐다고 dpa통신 등이 보도했다.
양사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계약서에 서명했다.
새 계약 조건에 따라 나프토가스는 러시아 천연가스를 자국에 공급하고,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노르트스트림(Nord Stream)' 가스관을 통해 서유럽에도 전달하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연간 최대 70억달러(약 8조1천억원)에 이르는 수송료 수입을 얻게 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합의서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안보와 안녕이 보장됐다"며 "유럽도 우리가 에너지 안보 문제에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당사자 사이에 이해관계 균형을 복원한 대형 패키지 계약"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계약 만료가 임박하기까지 수송료와 계약 내용을 둘러싼 법정 분쟁을 겪으며 갱신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러시아의 크림 강제 병합 등에 따른 양국간 분쟁과 갈등도 계약 연장에 걸림돌이 됐다.
새 계약은 내년부터 2024년까지 5년짜리이며, 공급 물량은 내년 650억㎥로 시작해 2024년에 400억㎥까지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10년간 매년 900억㎥를 공급·수송한 종전 계약에 견줘 기간도 짧고 물량도 대폭 줄어든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경유하지 않고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곧장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2(Nord Stream 2)' 가스관 완성을 앞뒀기 때문이다.
노르트스트림2는 원래 올해 말 완성되는 일정으로 추진됐으나 미국의 제재로 완공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졌다.
미국은 노르트스트림2가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를 높여 러시아의 영향력을 강화한다고 우려하면서, 노르트스트림2와 관련 기업에 제재를 부과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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