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끌어들이기?'…스페인 검찰, 카탈루냐 前부수반 석방 요구
반역죄 등으로 13년형 선고…수감 상태에서 유럽의회의원 당선돼
ECJ "면책특권 적용" 판결…연정 구성 위한 정치적 포석 관측 나와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스페인 검찰이 반역죄와 선동, 공금횡령 혐의 등으로 13년형이 선고된 오리올 훈케라스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부수반의 석방을 대법원에 요청했다.
형식상으로는 유럽사법재판소(ECJ) 판결에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노동당(PSOE) 정부가 추진 중인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대법원에 훈케라스 전 부수반이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석방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훈케라스 전 부수반 등 카탈루냐 자치정부 지도부는 지난 2017년 10월 1일 카탈루냐 지방에서 스페인으로부터의 분리독립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불법적으로 진행한 혐의로 지난 2월 기소됐다.
스페인 대법원은 지난 10월 훈케라스 전 부수반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하는 등 기소된 이들에 중형을 내렸다.
훈케라스 전 부수반은 수감된 상태에서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 입후보해 당선됐다.
이와 관련해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최근 스페인 당국이 유럽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그를 석방하지 않은 채 재판을 진행한 것은 잘못됐다는 판결을 내렸다.
ECJ는 훈케라스 전 부수반에게 유럽의회 의원으로서 면책권이 적용된다고 지적하면서, "유럽의회 의원 당선 이전에 집행된 잠정적 구금 조처는 당선 결정과 함께 해제된다"고 판시했다.
스페인 검찰의 이날 요청은 이같은 ECJ의 판결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사회민주당의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이미 예상된 조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사회노동당은 지난달 열린 총선에서 하원 전체의석 350석 중 120석을 얻어 제1당 지위를 지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과반 의석에는 못 미쳤다.
산체스 총리는 총선 이틀 후 급진좌파 우니다스포데모스(UP·35석)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와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과반선인 175석에 20석이 부족하다.
6석을 확보한 바스크민족당(PNV)이 추가로 연정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훈케라스 전 부수반이 속한 카탈루냐좌파공화당(ERC·13석)이 확보한 의석이 없으면 과반 의석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최근 사회노동당과 카탈루냐좌파공화당 지도부는 연정 참여를 위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아직 공식적으로 연정 참여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카탈루냐좌파공화당은 이날 검찰의 결정에 대해 별도의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