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영어권 대중문화 지각변동은 한류 등 동아시아 침투"<CNN>
시대결산 기사…"양질·소셜미디어·정부 지원 덕분"
"아시아 남자 위상까지 바뀌어…향후 10년도 강세 지속될 듯"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지난 10년간 영어권 대중문화의 두드러진 특색으로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의 강세가 주목됐다.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뉴미디어의 성장과 함께 나타난 이 현상은 아시아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서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CNN방송은 29일(현지시간) 2010년 영어권 대중문화를 결산한 기사를 통해 미국 음악, 영화, 텔레비전이 여전히 지배적이었으나 한국과 일본 대중문화의 비중이 계속 커졌다는 게 괄목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가 선풍적 인기를 얻고 유튜브 시청 기록들을 갈아치운 점, 한국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봉준호 감독이 지미 펄론 토크쇼에 나와 주로 한국말을 했다는 점 등을 그 사례로 들었다.
나아가 이런 현상은 한국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2012년 글로벌 히트를 치고 일본의 예능 프로그램인 테라스 하우스가 2015년 대인기를 얻은 데 이어 정점으로 치달은 추세의 일부로 해석됐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매킨지는 올해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는 점점 더 문화적으로 중요한 세력이 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킨지는 "아시아는 과거에 미국 할리우드 영화와 영국 음악을 열정적으로 소비하며 서구문화를 대체로 수용하는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문화적 흐름이 쌍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한류를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의 강세 원인으로는 미디어 지형의 변화가 먼저 거론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박정선 교수는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 때문에 개개인이 접하고 소비하는 대중문화가 혁명적으로 바뀌고 대중문화가 유입되고 영향을 미치는 경로가 크게 다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자국 대중문화를 전파하려는 정부의 노력도 영어권 대중문화의 지형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앤서니 펑 홍콩중문대 교수는 인구가 5천100만명인 한국은 연예 산업을 지탱하기에 시장이 크지 않아 해외시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한류를 소프트파워이자 국가의 품격을 높일 방안으로 보고 대중문화의 확장을 지원해왔다.
일본도 애니메이션, 그래픽 디자인, 영화, 패션 등 창의적 산업에 2011년 190억엔(당시 2천800억원)을 투입한다고 2010년 밝힌 바 있다.
동아시아 대중문화 강세에는 무엇보다도 연예 콘텐츠가 소비자들이 만족을 느낄 정도로 양호하다는 본질적인 이유도 있다.
K팝 유튜브 채널인 DKDKTV의 공동 진행자인 데이비드 김은 "서구 문화에서 K팝이 인기를 얻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CNN방송은 한류를 비롯한 동아시아 대중문화가 확산하면서 아시아에 대한 서구의 인식도 변하는 파급효과도 목격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현대언어협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어 학습 프로그램에 가입한 이들은 13.7% 늘어 다른 어떤 어학 프로그램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 기간 한국어와 일본어를 제외한 다른 프로그램들에서는 모두 수강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관광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싱크탱크인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BTS의 인기와 함께 2017년 지구촌 관광객 13명 가운데 1명이 한국을 방문했고 BTS가 인기를 유지하면 2023년까지 한국 경제가 56조1천600억원의 추가 이익을 볼 것으로 추산됐다.
K팝의 글로벌 흥행 때문에 아시아 남성들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과거에 아시아 남성은 주로 악당이나 청룽(성룡)이나 리롄제(이연걸) 같은 무협 스타로 인식됐으나 이제 다르다는 것이다.
서호주대학의 한국 전문가인 조 엘핑-황 교수는 "아시아계 미국인, 아시아계 호주인, 아시아계 유럽인을 더 많이 보게 됐다는 점에서 절대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서구 영화에 아시아인들이 자연스럽게 더 많이 출연하는 데에는 K팝의 영향이 일부 있었다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한국과 일본의 대중화가 다가오는 10년 동안에도 영향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같은 동아시아의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세계무대에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현격히 키웠으나 서구 대중문화 지형에 남긴 족적은 거의 없다며 향후 영향력이 커질지도 의문이라고 방송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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