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최대일간지 "카탈루냐 독립추진에 러 정보기관 개입의혹"
2018년 분리독립 주민투표 전후로 군 정보요원 최소 3명 바르셀로나서 활동
"美·英이 제공한 정보 등 토대로 스페인 경찰 방첩부서가 수사 중"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들이 2017년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독립 추진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 파이스가 보도했다.
엘 파이스는 2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GRU) 소속 3명이 2016년 11월과 2017년 12월 사이 카탈루냐의 주도인 바르셀로나에 위조 신분으로 들어와 체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엘 파이스는 독립언론 네트워크인 벨링캣, 독립언론 시빅 미디어와의 공동취재를 통해 입수한 문서를 토대로 러시아 GRU 소속 요원 세 명이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요원은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의회가 2017년 10월 1일 스페인으로부터의 분리독립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시행하기 이틀 전인 2017년 9월 29일 위조 신분으로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독립언론 사이트 벨링캣은 당시 러시아 요원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의 위성항법장치(GPS) 데이터를 입수, 그가 카탈루냐 분리독립 주민투표 전후로 바르셀로나에 19시간 머물렀다고 전했다.
다른 두 명의 러시아군 정보요원도 그에 앞서 2016년 말 한 차례씩 위조 신분으로 바르셀로나를 다녀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영국, 프랑스, 스위스 방첩 당국의 감시망에 오른 인물들로 알려졌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이들이 러시아 군정보기관인 GRU의 '29155팀'의 일원이며, 2015년 불가리아의 무기업자 에밀리안 게브레프의 독살 기도에도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 명 중에 리더격인 요원은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영국에 체류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영국과 러시아의 이중 스파이였던 세르게이 스크리팔 독살 시도에도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독립언론 벨링캣이 전했다.
러시아 정보기관의 카탈루냐 분리독립 추진 개입 의혹은 현재 스페인 경찰의 방첩부서가 수사 중이라고 엘 파이스는 밝혔다.
이 신문은 스페인 외교 소식통을 인용, 스페인 정부가 오래전부터 러시아가 스페인의 국내 정치에 비밀리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해왔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엘 파이스에 "작년 봄 스크리팔 사건 이후 영국과 미국 정보기관들이 러시아의 유럽 내 비밀 활동에 대해 정보를 제공했는데, 스페인의 경우 카탈루냐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러시아 정부는 스페인 언론들이 거의 잊혀진 이슈를 다시 꺼내 반(反)러시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엘 파이스는 전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지난 2017년 10월 1일 스페인 정부의 불허에도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강행해 그 결과를 토대로 독립공화국을 선포했다가 스페인 정부에 의해 자치권을 박탈당했다.
이후 스페인 정부의 주도로 치러진 카탈루냐 조기 선거에서도 민족주의 진영이 또다시 승리했다. 새로 구성된 자치정부는 스페인 중앙정부와 또다시 분리독립 추진을 놓고 반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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