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친이란 세력 "대통령 사임 배후는 미국" 주장
중동 언론 "반정부 시위대는 대통령 지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 의회 내 친이란 정파가 추천한 총리 후보에 반대하며 대통령이 사임하자 친이란 세력이 이를 비판하면서 미국을 사임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이라크에서 가장 큰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인 카타이브-헤즈볼라는 27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바흐람 살리 대통령의 사임 결정이 의심스럽다"라며 "그가 이라크를 혼돈으로 끌어당기려는 미국의 의지를 실행했다는 것을 안다"라고 밝혔다.
살리 대통령은 전날 의회 내 비나 그룹이 총리 후보로 추천한 아사드 알에이다니 바스라주 주지사를 총리로 지명할 수 없다면서 의회 의장에 사퇴서를 냈다. 비나 그룹은 친이란 성향의 정파 파타 동맹이 주축이 돼 결성한 연대 세력이다.
그는 "알에이다니 후보로는 현재 계속되는 유혈사태를 끝내고 평화와 안전을 회복할 수 없다"라며 "헌법상 대통령은 총리 후보를 거부할 권한이 없는 만큼 그를 반대하는 나로선 사퇴할 수밖에 없다"라고 발표했다.
친이란 성향의 오다이 아와드 의원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모든 이라크인이 직을 사퇴한 살리 대통령의 얼굴에 침을 뱉어야 한다"라고 비난했다.
중동 내 언론은 반정부 시위대가 대체로 살리 대통령의 사임을 국민을 위한 결정으로 보고 지지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날 "이라크 반정부 시위대가 자신들의 편에 서서 부패한 정파들의 총리 후보를 거절한 살리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라고 보도했다.
중동 매체 MEE도 "시위대가 '우리는 이란 사람 알에이다니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외쳤다"라고 전했다.
이라크 소식을 전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시위대가 'X'표를 친 알에이다니 주지사의 사진을 든 사진이 상당수 게시됐다.
이란에 적대적인 미국 등 서방 언론도 친이란 성향의 알에이다니 후보를 반대하는 시위대의 모습을 부각해 보도했다.
이라크에서는 10월 1일부터 경제난 해결과 정치 개혁, 부패 청산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군경의 유혈 진압으로 시민 450여명이 숨졌다.
정부가 거듭 개혁 조처를 약속했는데도 시위가 진정되지 않자 이달 1일 행정부 실권자인 아델 압둘-마흐디 총리가 사퇴했다.
시위대는 기존 정파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적이고 행정에 전문적인 새 인물이 총리가 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의원내각제인 이라크의 헌법을 보면 의회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대통령이 선출되고, 대통령은 의회 내 최다 의석을 확보한 정파(또는 정파 연대)가 추천한 총리 후보를 지명하고 내각 구성권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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