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갇힌 베트남 주식에 펀드도 부진…내년엔 빛 볼까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베트남 주가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베트남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들도 올해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국내에서 운용 중인 설정액 10억원 이상 베트남 주식형 펀드 16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04%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세계적인 증시 호황에 힘입어 같은 기간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가 24.83%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과다.
지역별 수익률을 비교해도 중국(31.38%)과 북미(31.25%)는 물론 아시아퍼시픽(23.68%), 신흥아시아(8.55%) 등의 주식형 펀드도 베트남 주식형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7.29%로 집계됐다.
베트남 주식형 펀드의 연초부터 현재까지 수익률을 상품별로 보면 '미래에셋베트남증권자투자신탁 1(UH)(주식)'이 10.36%로 가장 높았고, '삼성아세안플러스베트남증권자투자신탁UH(주식)'도 6.73%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KB베트남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1.93%)과 '유리베트남스마트분할매수목표전환형증권투자신탁H[주식혼합-파생형]'(-0.41%) 등은 이 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펀드의 저조한 수익률은 베트남 대표 주가지수인 VN지수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VN지수는 이달 27일 현재 963.51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말 대비 7.95% 상승했으나 베트남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02%로 고성장을 이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부진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나 유로스톡스50 지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등은 모두 20% 이상 상승했을 뿐 아니라 대만 자취안 지수(24.30%), 인도 센섹스 지수(14.32%) 등도 VN지수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VN지수는 작년 4월 1,2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미·중 무역 분쟁 등 대외 악재에 하락했고, 올해도 11월 1,020선을 넘었으나 다시 뒷걸음질 치는 등 1,000선 안착에 실패하고 있다.
저조한 수익률에도 올해 연초부터 현재까지 베트남 투자 열기는 꺾이지 않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베트남 펀드의 전체 설정액은 이달 27일 현재 1조6천499억원으로 올해 들어 932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현재 19조1천821억원으로 올해 들어 3조1천564억원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증권가에서는 베트남 경제를 견인하는 수출, 제조업 기업들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 지적한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상장사들의 70%가량이 부동산과 금융, 필수 소비재 등 내수 업종이어서 수출 개선의 낙수 효과가 제한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베트남의 높은 경제 성장률이 이어지고 있고 투자금 유입도 기대돼 내년에는 VN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은 내년 5월 쿠웨이트를 현재의 프런티어시장(FM)에서 신흥시장(EM)으로 편입하기로 최근 결정했는데, 이에 따라 베트남의 MSCI의 프런티어시장 지수 내 비중이 커지고 패시브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하락한 현재를 베트남 주식의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시기로 활용해야 한다"며 "내년 VN지수는 1,1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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