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규제개혁 변화 체감 안 돼…법·제도 장벽 다 들어내야"

입력 2019-12-29 11:00
박용만 "규제개혁 변화 체감 안 돼…법·제도 장벽 다 들어내야"

신년 인터뷰서 눈물 보이며 입법 호소…"구조개혁은 국민 의식개혁으로 가야"

"기업들 사회에 부채의식 갖고 책임 다해야…세대교체 가속화 지지"

"文대통령 자랑스러워…새해엔 총수보단 이슈별 만남 많아지길"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9일 내년 우리 경제 전망과 관련해 "구조적 장벽 때문에 성장을 계속할 것인가에 대해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상의회관 집무실에서 한 출입기자단과 신년 인터뷰에서 이같이 진단하고 "모든 법·제도, 기득권 장벽을 다 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올해 정부가 정책 수단을 동원해 거시경제 숫자를 관리해 수치상으로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며 "그러나 상대적으로 민간의 성장 기여율은 25%(한국은행 전망치 기준)로 적어졌다. 민간 체감 경기가 그만큼 나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규제개혁 전체로 보면 변화가 크지 않다"면서 ▲ 국회의 입법 미비 ▲ 공무원들의 소극적 행정과 민간 규제 ▲ 신(新)산업과 기존 기득권 집단 간 갈등 등을 그 이유로 짚었다.

박 회장은 "기득권에 대한 장벽이 그대로 존재해 새로운 산업 변화를 일으키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고착화, 전체적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 것이 제일 큰 걱정"이라며 "기업 전체로 보면 진입 장벽을 갖춘 기업과 한계 기업 두 집단이 변하지 않으며 기업 입출(入出)이 현저히 저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미국 경제지 포천의 '글로벌 기업' 순위에서 미국은 10대 기업이 지난 10년 간 7개가 바뀐 반면 우리나라는 2개만 바뀌었다.

박 회장은 이를 인용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가 눈에 띄지 않아 투자가 점점 적어지고 결국 짜여진 대로만 가고 있다는 상황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중장기적으로 구조개혁이 굉장히 더뎌 미래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거듭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이런 현상을 타개할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국민 전체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개혁은 정치권, 정부, 사회 각계각층이 다 같이 나서서 해야 하는데 잘 안되고 있고 국내외에서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상황이 상시화했다"며 "되풀이되지 않게 우리 사회가 막아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라의 미래를 위해 낡은 법·제도 틀과 모든 생각을 바꾼다는 국민 공감대를 끌어낼 정도의 의식개혁으로 몰고 가야 해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종 경제·규제개혁 입법 촉구를 위해 20대 국회 기간 국회를 16번 찾은 박 회장은 "선거 반년 전부터 모든 법안 논의가 전부 중단되는 일이 항상 반복했는데 지금은 그 대립이 훨씬 심각하다"며 "동물국회, 식물국회, 아수라장 국회라는 말까지 나오며 경제 입법이 막혀 있어 참 답답하다. 20대 국회 같은 국회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재차 국회를 비판했다.



박 회장은 2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 내내 격정적 어조로 발언들을 쏟아냈고, 국회에 입법을 호소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다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 회장은 또 기업들의 책임도 역설했다.

그는 "기업들이 양극화, 불공정 관행 문제를 외면한 상태에서 글로벌 수준의 기업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강변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며 "기업이 우리 사회 성장 과정에서 혜택을 받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기업들이 부채의식을 갖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질문에는 "해외 순방을 모시고 가면 개인 문재인이 아닌 국민의 합의에 의해 당선된 민주주의의 결과를 다른 나라 국민에게 보인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내년에는 재계 총수들만을 만나기보다는 이슈를 공유하는 그룹별로 나눠 콘텐츠 위주로 만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재계 세대교체는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쇠락하면서 대한상의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없는 서열을 만드는 평가라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책임감이 굉장히 커졌다"고 답했다.

이밖에 박 회장은 타다 논란에 대해 "정부가 국민 편익을 최우선으로 해야지, 이해집단끼리 충돌로 보고 '합의하라'고 할 일이 아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대형마트 규제에 대해서는 "모두가 패자인 결과를 낳았다. 전통상권이 살아나지도 않고 대형마트는 규제에 시달리며 온라인으로 다 넘어갔다"며 "시대에 뒤떨어지고 실효성이 없는 규제를 이젠 풀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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