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합헌 결정…재건축 조합 '패닉'(종합)
2014년 9월 헌법소원 이후 5년여만에 결론…강남 재건축 부담금 수억원 불가피
조합들 "헌재가 현실 외면" 반발…재건축 사업 위축될 듯
(서울·세종=연합뉴스) 서미숙 윤종석 홍국기 기자 = 재건축 사업의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징수하는 내용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14년 9월 재건축 부담금 부과 대상이던 한 재건축 조합이 헌법소원을 신청한지 5년여 만에 헌재가 내린 결론이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재건축 부담금 규모가 상당한 강남권의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 추진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5년3개월 만에 나온 '합헌' 결정…"재초환, 헌법 위반 없어"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헌재는 이날 한남연립 재건축조합이 서울 용산구를 상대로 제기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14년 9월 한남연립 재건축조합은 재건축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판결까지 무려 5년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앞서 2012년 9월 용산구는 이 법에 따라 한남연립 재건축조합에 17억2천만원의 재건축 부담금을 부과한 바 있다. 조합원은 31명으로, 1인당 5천500만원씩이다. 5천만원이 넘는 고액의 부담금이 부과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재건축부담금제, 즉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정부가 재건축 추진위 구성 시점과 입주 시점의 평균 집값 상승분에서 각종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 3천만원을 초과하면 이익 금액의 10~50%를 재건축 조합에 부과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제3조 등은 평등의 원칙, 비례 원칙, 법률 명확성의 원칙, 재산권 침해 여부 등을 고려했을 때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재는 "재건축부담금은 공시지가라는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 산정되고, 정상지가 상승분과 개발이익 등을 공제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어 비례의 원칙에 맞고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조합측이 재건축에는 부담금을 걷지만 비슷한 정비사업인 재개발에는 부과하지 않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는 재개발 사업과는 공익성, 구역지정요건, 절차 등에 본질적 차이가 있어 차별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과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유예했다가 작년 1월 다시 시행했으나 조합 등은 이 헌법소원을 근거로 위헌성을 주장해 왔다.
재건축부담금은 지방자치단체의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이나 재정비촉진특별회계 등에 귀속되며, 임대주택 건설관리. 임차인 주거안정 지원 사업 등에 사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으로 재건축사업에서 발생한 과도한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통해 주택시장 안정과 사회적 형평을 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설상가상' 강남 재건축 조합들 "부담금 가구당 수억원…사업 위축 불가피"
이번 합헌 결정으로 재초환 부담금이 조합원당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설상가상'이라며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미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일반분양가를 높게 받아 수익성을 높이려던 관행에 제동이 걸린 상태에서 초과이익부분에 대해서도 부담금 부과가 확정된 때문이다.
지난해 초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재초환 부담금 시뮬레이션 자료에서 강남의 한 단지는 가구당 부담금이 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최근 집값이 급등하고 재초환 부담금의 근간이 되는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름에 따라 웬만한 단지들의 재초환 부담금이 가구당 수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당초 조합원당 재초환 부담금을 4억원 정도로 예상했으나 최근 집값과 공시가격 상승으로 이보다 훨씬 부담금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조합의 일반분양 수입이 줄면서 재건축 부담금도 일부 상쇄될 수는 있다.
지난 5년여간 끌어온 재초환 부담금 부과가 확정되면서 앞으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하는 곳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서초구 반포동 반포3주구,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이 대표적인 재초환 대상 단지들이다.
강남구 대치 쌍용2차 등 일부 단지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최근 재건축 사업 추진이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재건축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곳은 모두 재초환을 피해간 단지들이고, 정작 재초환 대상 단지들은 부담금 문제로 사업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라며 "앞으로 강남권 재건축 사업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현 정부에서 재초환이 위헌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도 거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합헌 결정을 확신한 사람도 많지 않았기에 이번 헌재 판결로 낙심하는 조합원들이 많을 것 같다"며 "앞으로 재건축 사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건축 조합은 즉각 반발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 연대 모임인 주거환경연합 김구철 조합경영지원단장은 "재건축 조합들은 헌재마저도 균형성을 잃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며 "앞으로 강남 고층아파트 재건축은 사업을 중단하는 곳들이 많을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해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도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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