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인류에게 모습 드러낸 '블랙홀',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정태현 천문연 그룹장 "내년 망원경 3기 추가해 블랙홀 관측 예정"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빛나는 주황색 고리. 올해 4월 블랙홀의 모습을 담은 이미지가 처음 공개되며 과학계를 뜨겁게 달궜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진을 비롯해 200명 이상의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프로젝트 '사건 지평선 망원경'(EHT)팀은 지구에서 5천50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거대은하 'M87'의 중심부 블랙홀을 관측,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KVN(한국우주전파관측망)그룹장은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금껏 간접적인 방법으로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해 왔는데 EHT가 가장 직접적인 방법으로 관측하며,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재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의의를 밝혔다.
지난 4월 천문연구원이 설명회를 열고 블랙홀의 이미지를 공개한 자리에서 정 그룹장은 "사진 속 고리 하나가 전 세계 사람들을 이렇게 들뜨게 만들 수 있나 싶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정 그룹장은 EHT팀이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전파망원경을 모아 블랙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스페인, 멕시코, 남극 등에 있는 8개의 전파망원경을 동시에 가동하면, 이들이 마치 지구만한 크기의 망원경처럼 작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EHT는 M87 블랙홀 주변에서 빠르게 회전하는 물질들이 내는 빛에 둘러싸인 '블랙홀의 그림자'를 관측했고, 그 결과를 4월 10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총 6편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인류 최초의 블랙홀 직접 관측을 '올해의 혁신성과'(Breakthrough of the Year) 중 첫 번째로 꼽았다. 국내 과학기술 단체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도 이 성과를 올해 10대 과학기술 뉴스에 올리며 "인류 역사상 최초의 관측이자, 관련 연구에 새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EHT가 새 연구 성과를 발표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이들의 연구를 '2020년 주목해야 할 과학계 이벤트'로 선정했다.
정태현 그룹장은 "내년에는 첫 블랙홀 관측에 쓴 망원경 외에 3개를 더 추가해 총 11개의 전파망원경으로 M87 블랙홀을 관측할 예정"이라면서 "이 블랙홀에 대한 고감도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 되면 더 세밀한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은하 중심부에 있는 사지타리우스 A*(Sagittarius A*·궁수자리A*) 초대질량 블랙홀도 관측했다"면서 "현재 분석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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