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아프리카 철군 따라 영국도 발 빼나

입력 2019-12-27 11:58
미국 서아프리카 철군 따라 영국도 발 빼나

"현지 대테러작전 보조역할 재검토" 목소리

미국 방침 두고 "근시안적 대책" 전문가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도전에 더 집중하기 위해 서아프리카에서 철군을 검토한다고 밝히자 영국에서도 주둔군 철수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에서는 미국의 철군이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확장에 대비한다는 이 방침이 이 지역에서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부르는 근시안적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7일 전직 영국 국방차관인 토비아스 엘우드를 인용, 미국 국방부가 철군한다면 영국도 아프리카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집권 보수당 의원이기도 한 엘우드는 미국이 사하라 사막 이남 사헬지역에서 병력 감축에 들어간다면 그곳에서 이슬람 테러주의자들에 맞서 군사작전을 하고 현지 보안군을 훈련시키는 영국의 계획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미 언론은 이번 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병력 재배치의 일환으로 서아프리카에서 부분적으로나 완전하게 철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미군은 프랑스가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에서 주도하는 대테러작전을 돕고 있고 니제르에 1억1천만달러(약 1천278억원) 규모의 새로운 드론 기지도 갖고 있으나, 이르면 다음 달 이를 포기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후 영국에선 만약 미군이 서아프리카에서 빠진다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단체가 활개 치거나 중국과 러시아 영향력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영국군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영국군은 현재 말리에 100명의 병력과 치누크 헬기 석 대를 운용하면서 역시 프랑스군의 대테러 작전을 보조하고 있다.

당초 영국은 내년 여름 유엔 평화유지군의 일부로 250명을 추가 파견해 원거리 정찰 작전을 수행할 방침이었다. 영국군은 나이지리아 군도 훈련시키고 있다.

국방 분석가들은 미국의 철군 방침에 우려를 표하면서 그러잖아도 이슬람주의자들의 테러로 불안정한 말리 등 사헬지역에서 이들과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엘우드 의원은 미국이 철군의 근거로 중국과 러시아의 부상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운 데 의문을 표하면서 "아프리카에서 철군하면 가장 이득을 볼 나라들이 바로 미국이 맞서려는 중국과 러시아"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철군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끝없는 전쟁'을 그만두겠다면서 미국의 외교 국방정책을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월 갑작스레 시리아 철군 방침을 발표했을 때도 전혀 모르던 상태였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신뢰를 해쳤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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