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떠내려오면 신고부터"…해양동물 구조 매뉴얼 첫 제작

입력 2019-12-29 05:55
"고래 떠내려오면 신고부터"…해양동물 구조 매뉴얼 첫 제작

고래·물개·거북 등 최장 12개월 치료…소생 어려우면 안락사 가능



(세종=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해변에 떠밀려오거나 그물에 걸린 고래나 거북 등을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구조하기 위한 매뉴얼이 처음으로 만들어진다.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해양동물 구조·치료 매뉴얼' 초안이 제작돼 관계 기관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해수부는 "혼획(그물에 같이 걸림)·좌초된 해양동물을 신속하게 자연으로 돌려보내주기 위해 전문 기관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구조 및 처리 절차와 방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매뉴얼은 최초 발견자 신고부터 사후 처리까지 구조 기관이 해야 할 절차를 다루고 있다.

해변에서 발견된 해양동물은 기력을 잃거나 질병으로 활동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 만큼, 119나 인근 해양경찰서에 즉시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

매뉴얼은 "좌초된 개체를 무리해서 바다로 돌려보내려고 하면 안 된다"며 "구조팀이 도착할 때까지 사람이나 개 등이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하고, 신고자와 주변 시민도 조용히 하고 해당 동물이 놀라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고를 받은 119나 해양경찰은 서울대공원·롯데월드아쿠아리움·국립해양박물관 등 지정된 해양동물 전문 구조·치료기관 10곳 가운데 가까운 곳에 출동을 요청하게 된다.

구체적인 대응 방법은 구조 대상 동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고래는 젖은 수건으로 몸을 덮고 바닷물을 몸 전체에 뿌려 축축하고 시원하게 유지해야 한다. 고래가 호흡하는 분기공에는 물이나 모래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다거북은 바위 등에 신체가 끼어 있다면 안전한 장소로 옮기고, 그물 등에 걸려 있다면 어구를 제거하고 다친 부위를 응급처치한다.

구조·치료기관은 현장에 도착한 즉시 부상 상태에 따라 응급치료를 한 뒤 이송 여부를 결정한다. 치료를 마친 해양동물은 즉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되, 구조된 해역이나 서식처와 유사한 환경을 골라야 한다.

매뉴얼은 특히 "구조된 개체는 구조·치료기관에 12개월 이상 치료를 목적으로 머물 수 없다"며 "치료 기간이 12개월을 초과하거나, 더는 치료가 불가능하면 수의사가 작성한 진료기록서 등을 해수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한편, 해양동물이 소생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해수부 장관은 보호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해 안락사를 허가할 수 있다.

구체적인 안락사 판단 기준으로는 ▲ 치료를 지속해도 생존이 어려운 경우 ▲ 시력을 모두 상실한 경우 ▲ 신경 손상을 동반한 척추 골절 발생 등이 있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해양동물을 구조한 사례는 2014년 이래 올해 9월까지 모두 67건에 달한다.

올해 6월에는 충남 태안 신진도에서 좌초된 남방큰돌고래가 발견돼 구조 후 자연으로 돌아갔고, 8월에는 제주도 성산에서 붉은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이 구조되기도 했다.

해수부는 "구조·치료기관의 의견을 모아 세부 사항을 조율한 뒤 내년 여름께 확정된 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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