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제사법재판소에 볼리비아 제소할 것"…외교갈등 고조(종합)
멕시코 "볼리비아가 멕시코대사관 주변 경찰 늘리며 대사관 포위"
볼리비아 "멕시코 정부 요청 따른 것…대사관 침입한 적 없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와 볼리비아 정부 간의 외교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볼리비아 정부가 수도 라파스 주재 멕시코대사관 주변에 경찰을 대폭 늘린 것을 두고 멕시코 정부가 "대사관을 포위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볼리비아는 "멕시코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26일(현지시간) 오전 기자회견에서 "주볼리비아 멕시코대사관에 대한 경찰과 군의 포위를 중단해 달라고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볼리비아가 외교관과 대사관의 권리 등에 대한 국제 협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갈등의 원인은 라파스 멕시코대사관에 망명한 볼리비아 전 정부 인사들이다.
이날 에브라르드 장관에 따르면 지난달 라파스 멕시코대사관은 전 정권 인사 등 9명의 망명 신청을 받아들이고 볼리비아 정부에 이들의 안전한 출국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로부터 10여 일 후 볼리비아 정부는 이중 4명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통보했다. 이들 4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9명 모두 볼리비아를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멕시코는 설명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이후 지난 23일부터 평소 6명 수준이던 멕시코대사관 인근 경찰과 정보요원 등이 90명으로 늘어났으며 대사관저 상공엔 드론도 날아다닌다고 전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이날 볼리비아 정부를 향해 대사관에 침입해 주권을 침해하려는 생각을 버리라며 "이것은 (칠레 군부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도 하지 않은 일"이라고 비난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이에 대해 멕시코 정부의 요청에 따라 경찰 배치를 늘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렌 롱가릭 볼리비아 외교장관은 멕시코 대사가 시위대의 적대적인 행위를 이유로 외교 시설 주변 경비를 늘려달라고 구두와 문서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롱가릭 장관은 "경찰이 단 한 번도 (멕시코) 외교시설에 들어간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이 문제를 ICJ로 가져가는 것은 "실수"라고 표현했다.
멕시코 중도좌파 정부와 볼리비아 우파 임시정부는 지난달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선거 부정 의혹 속에 퇴진하고 곧바로 멕시코로 망명하면서부터 관계가 급격히 냉랭해졌다.
모랄레스가 아르헨티나로 망명지를 옮긴 이후에도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볼리비아 정부는 멕시코가 중남미·카리브해국가공동체(CELAC) 일정을 잡으면서 올해 의장국인 볼리비아와 상의하지 않았다며 CELAC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자니네 아녜스 임시대통령이 이끄는 볼리비아 정부는 멕시코 정부가 임시정부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데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에브라르드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볼리비아 정부를 가리켜 '실질적'(de facto) 정부라고 표현함으로써, 법적으로는 정통성이 없는 정부라는 점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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