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지만은 않은 '원자력의 날'…수출·해체산업으로 초점 이동

입력 2019-12-27 06:25
즐겁지만은 않은 '원자력의 날'…수출·해체산업으로 초점 이동

2017년 정부포상 격 낮아졌다가 다시 격상…월성 1호기 논란 지속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매년 12월 27일은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이다.

이날은 2009년 12월 27일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자력발전기를 수출한 것을 계기로 원자력 안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원자력 산업의 진흥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개최한다.

원자력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를 포상하고 원자력 산업 종사자를 격려하는 원자력업계의 축제지만, 국내 원전업계는 이날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현 정부가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과 반대로 원전산업은 신규 건설이 중단되는 등 대폭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에너지전환 로드맵이 나온 첫해인 2017년 원자력의 날은 예년보다 조용하게 치러졌다.

2016년 산업 유공자에게 훈·포장과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을 시상한 것과 달리 2017년에는 이보다 격이 낮은 산업부와 과기부 장관 표창만 수여됐다.

2018년에는 다시 훈·포장과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이 등장했지만, 2017년에 이어 2년 연속 에너지전환을 주제로 정했다. 2017년 행사 주제는 '에너지 전환시대 원자력의 역할과 방향', 2018년에는 '에너지전환과 미래를 준비하는 원자력'이었다.

2017년은 산업부 차관이 참석하기로 했다가 일정상 불참했고 2018년 산업부 차관이 참석했다.



올해는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분위기가 가라앉은 원자력업계를 독려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과 노후 원전 수명 연장에는 부정적이지만, 원전 수출과 해체산업 육성에는 공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원전업계가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도록 북돋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산업부는 11∼12월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원전 수출 무역사절단을 꾸려 체코, 폴란드, 러시아를 방문하고 원전 마케팅을 진행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로사톰, 중국의 국영 원전기업인 중국핵공업집단(CNNC)과 함께 불가리아 벨레네 원전 건설사업의 전략적 투자자 후보로 선정됐다는 낭보를 알리기도 했다.

아직 초기 단계인 원전해체산업 육성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정부는 4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2017년 6월 상업운전 시작 40년 만에 설계수명을 다해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가 시작이다. 고리 1호기는 2022년부터 본격적인 해체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의 해체 물량을 조기 발주하고 기술 고도화·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강화하겠다"며 "나아가 원전해체 전문기업 육성을 위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자금지원을 강화하는 등 원전해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수한 한국의 원전 기술을 국내에서 더는 활용하지 못하고 해외로 보내거나 아예 성격이 다른 해체산업에 정책적 지원을 쏟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결정하면서 원전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격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원안위는 24일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로써 2015년 '수명연장'에 이어 작년 '조기폐쇄'가 결정되며 논란을 빚었던 월성 1호기의 영구 정지가 확정됐다. 원전의 영구 정지가 결정된 것은 2017년 고리 1호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환경단체는 이날 논평을 통해 "월성 1호기 폐쇄를 통해 우리는 탈핵 사회로 한발 더 나아가게 됐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에너지전환(탈원전) 정책 비판 단체인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는 25일 성명서를 내고 "월성 1호기를 영구정지하기로 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을 철회하고, 재가동을 추진하라"고 반발했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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