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인구 자연증가율 0%, 혁명적 발상으로 대처하라
(서울=연합뉴스) 인구 절멸, 민족 소멸이라는 말이 지나친 과장이 아닐 수 있다는 섬뜩한 인구 통계가 나왔다. 통계청이 26일 내놓은 10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전국 출생아 수는 2만5천648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1% 줄었다. 이 기간 사망자는 2만5천520명으로 출생아에서 사망자를 뺀 자연증가분은 겨우 128명이었으며, 인구 1천명 당 출생자와 사망자를 뜻하는 조출생률과 조사망률은 각각 5.9%로 자연증가율(조출생률-조사망률)은 0%였다.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아지는 데드크로스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지 않을까 싶다. 출생아 수는 43개월째 전년 동월대비 최소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누계 출생아 수는 25만7천965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5%나 감소했다. 연간 출생아 수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30만명 붕괴가 현실화한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심각성이나 인구 감소에 대한 걱정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10월 인구 통계는 인구감소에 따른 재앙 우려가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내놓은 장래인구특별추계에서 가장 비관적인 저위 추계에 의하면 총인구는 올해 중반과 내년 중반에 걸쳐 5천165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년부터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인구 감소는 경제와 안보뿐 아니라 사회 공동체, 나아가서는 국가의 존립 자체를 어렵게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 문제가 재앙 수준이라는 것은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3분기까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9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였다. 합계출산율이 1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는 여성이나 가족, 복지에 포커스를 맞춘 기존의 안이하고 근시안적인 출산 대책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일깨운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대책'을 만들어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저출산 대책으로 약 153조원을 쏟아부었다. 여기에는 신혼부부 주거 지원이나 임신·출산의 사회책임 강화, 일·가정 양립 지원 등이 주로 포함됐다. 물론 이런 대책을 쓰지 않았다면 상황은 더 악화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그간의 인구 관리는 실패했다. 지금까지의 정책이 진단 착오나 타성에 빠진 탁상행정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저출산 문제를 4대 정책 방향 가운데 네 번째 '미래 선제대응' 부분에 자리매김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에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종료됨에 따라 제4차 기본계획(2021∼2025)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는 인구 문제의 절박성을 고려할 때 너무 한가하다. 그간 봐왔듯 인구 대책을 복지부에 맡기거나 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다뤄서는 추세를 돌리기 어렵다. 국가의 사활이 걸린 화급한 최우선 과제로 올려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 대책도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 아니라 출산에서 대학까지의 교육, 의료, 주거, 취업 등에서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아이를 낳아라'가 아니라 젊은 층 스스로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하도록 분위기를 확 바꾸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다. 따라서 공급자가 아닌 철저히 수용자 관점의 처방이어야 한다. 정치권도 크게 반성해야 한다. 그간 저출산 대책은 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령자 복지정책 등 재정 투입의 약발이 있는 다른 분야에 우선순위가 밀린 감이 없지 않다. 정치인들은 밥그릇을 놓고 사생결단식으로 싸우는 그 동물적 열정을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저출산 문제에도 쏟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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