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아베…카지노 의혹에 도쿄지검 특수부 칼 뽑았다

입력 2019-12-26 10:35
악재 겹친 아베…카지노 의혹에 도쿄지검 특수부 칼 뽑았다

카지노 정책 담당 전직 부대신 전격 체포…여권 관계자 압수수색

도쿄지검 특수부 10년 만에 현직 의원 체포…회기 종료 노려 '급습'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카지노 사업이 비리 의혹으로 얼룩지고 있다.

일본 검찰은 자민당 출신 아키모토 쓰카사(秋元司) 중의원 의원을 체포한 것에 이어 또 다른 여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벚꽃을 보는 모임을 사유화했다는 의혹이나 대입 영어 민간 시험 파행 등으로 내각 지지율이 급락한 가운데 아베 정권 입장에서는 또 다른 악재가 터진 셈이다.

26일 교도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복합리조트(IR) 사업과 관련해 중국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아키모토 의원을 체포한 도쿄지검은 전날 오후 시라스카 다카키(白須賀貴樹) 자민당 중의원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과 같은 당 소속 가쓰누마 시게아키(勝沼榮明) 전 중의원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키모토 의원을 체포한 데 이어 여권 관계자를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시라스카와 가쓰누마는 2017년 12월 아키모토 의원과 함께 중국 광둥(廣東)성에 선전(深천<土+川>)시에 있는 '500닷컴'의 본사를 방문한 바 있다.

500닷컴은 일본에서 카지노 설립을 추진하는 기업이다.

도쿄지검은 이 업체가 아키모토 의원에게 현금 300만엔(약 3천184만원)과 70만엔(약 743만원) 상당의 항공권과 숙박비용 등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아베 내각이 IR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고 아키모토 의원이 관련 정책에 깊숙이 관여해 온 만큼 이번 사건은 아베 정권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방일객 증가의 기폭제로서 기대되는 IR은 아베 정권이 성장 전략에서 눈길을 끌기 위해 차려놓은 간판 정책"이라며 아키모토 의원의 체포 소식에 "IR의 이미지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고 26일 보도했다.

아키모토 의원이 2017년 8월부터 작년 10월까지 국토교통성 부(副)대신으로서 관광 관련 정책을 담당했고 내각부 부대신을 겸임하며 IR 정비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장관을 보좌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카지노 정책 담당 정치인이 카지노 사업 진출을 원하는 외국 기업으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은 셈이라서 정권의 도덕성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아키모토 의원을 기용한 아베 총리의 인선 책임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야당은 연내에 폐회 중 심사를 열 것을 요구하고 내년 1월 20일 정기 국회가 열리면 IR 실시법을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하는 등 복합리조트를 성장 동력의 하나로 규정한 아베 정권의 실정(失政)을 부각할 계획이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10년여 만에 현직 국회의원을 체포한 만큼 수사의 향방이 주목된다.

도쿄신문은 도쿄지검 특수부가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1918∼1993) 전 총리를 체포한 '록히드 사건'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등 한때 최강의 수사기관으로 불렸으나 최근에는 정치인을 제대로 입건조차 못 한 것을 거론하며 이번 수사가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검찰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인가"라고 관심을 표명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는 전국 각 검찰청에서 10명이 넘는 검사를 파견받아 임시 국회 폐회 직전 7∼8일간 아키모토 의원의 전직 비서 자택을 압수 수색하는 등 증거를 확보하며 물밑 수사를 벌였다.

도쿄지검은 국회의원 체포에 필요한 국회의 동의 절차를 피하기 위해 임시 국회 종료에 맞춰 수사에 속도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키모토 의원은 "푼돈은 받지 않는다", "사실무근이다", "검찰과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결백을 주장했다.

검찰과 아키모토 의원 사이에 진실 공방이 예상되지만, 도박 중동·치안 악화 등 우려에도 카지노 사업에 강한 의욕을 보이던 의원이 비리 의혹으로 체포된 만큼 이번 사건이 아베 정권의 지지율에는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아베 정권은 정부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을 사유화했다는 의혹이 확산한 가운데 내각 지지율이 21∼22일 아사히신문의 조사를 기준으로 38%를 기록해 16개월 만에 40% 선이 무너졌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을 계기로 일본 정부가 새로 도입하려던 대학 입시 영어 민간 시험이 연기되는 등 실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베 총리의 국내 정치는 갈수록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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