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물' 예고 김정은에 성탄이브 경고…탈선방지 시도도
도발시 강경대응 시사하면서도 '좋은 선물' 농담 던지며 신중·관망모드 연출
美당국 긴박 속 표정관리하며 대북실패론 차단도…北동향 지켜보며 대응 고심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현지시간) 북한이 예고한 '성탄절 선물'과 관련, 양 갈래의 메시지를 발신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이 현실화될 경우 '아주 성공적인 처리'를 공언하면서도 "지켜보자"고 말해 표면적으로는 신중·관망 모드를 연출하며 '예쁜 꽃병'과 같은 좋은 선물일 수도 있다고 한 것이다.
미 당국이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 가능성에 대비, 대응책을 모색하며 긴박하게 움직이는 등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다.
북한이 끝내 '레드라인'을 밟을 경우 강력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동시에 자극적 내지 엄포성 언사는 피한 채 좋은 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식의 '유화적' 표현을 통해 탈선 방지 및 상황 관리 시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톱다운 케미'를 보여온 김 위원장에게 자신을 실망하게 하거나 자극하지 말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담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 국면에서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여전히 대화 테이블 복귀라는 낭보를 담은 '친서' 등을 기대한다는 희망 사항의 표현일 수도 있다.
이와 함께 '표정관리'를 통해 과도한 긴장 부각을 경계함으로써 탄핵정국 와중에 맞닥뜨린 대선 국면에서 미 조야에서 확산하는 대북 정책 실패론을 차단하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언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성탄절 맞이 장병과의 영상 통화를 한 뒤 취재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선물'의 예시로 왜 꽃병을 언급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CNN방송은 미국의 군 당국자들이 북한의 성탄절 선물과 관련,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예상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황금으로 장식된 마러라고의 아치형 천장 밑에서 북한의 불길하고 즐겁지 않은 약속에 대해 보다 낙관적이고 농담조의 접근법을 취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 현안은 몇 주간 국가안보 당국자들을 사로잡은 이슈였다"며 "그러나 이 현안은 플로리다에서 연말을 보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의 성탄절 선물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보도했고, CNBC 방송도 "북미 간 긴장 속에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위협이 어른거리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핵으로 무장한 국가의 레토릭(수사)에 대해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자(wait-and-see ) 접근법'을 택했다고 보도했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잠재적 위협에 동요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두 번째 '중대한 시험' 발표 이후인 지난 16일 "무언가 진행 중이면 나는 실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21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연쇄적으로 통화를 하는 등 북한의 궤도이탈을 막기 위한 국제적 대북공조에도 나섰다.
앞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의 지난주 한·중·일 방문 기간 북미 간 접촉이 끝내 불발된 상황에서 미국은 외교적 해법이 최상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며 북한의 고강도 도발 현실화시 군사옵션 카드 검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채 대북 압박에 나서며 대비태세를 높여 왔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20일 "필요하다면 오늘 밤에라도 싸워서 승리할 준비를 하는 높은 대비태세 상태"라고 했고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북한의 성탄절 선물 언급에 "그 무엇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ICBM 도발 등을 감행할 경우 '핵실험·ICBM 시험발사 중단'을 최대외교 치적으로 내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대선 가도에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슈퍼매파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대북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공개적 비난을 가하는 등 북한의 대미압박 강화와 맞물려 미 조야에서는 트럼프식 대북 드라이브에 대한 회의론이 고조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한이 '행동'에 나설 경우 미 조야 등에서 대북 기조 궤도수정 압박이 확산하는 등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준비에 고삐를 죄는 시점에서 북한의 위협은 (북미 간에) 상대적으로 평온했던 시기는 끝나가고 있다는 우려를 백악관 내에 확산시켰다"며 "북한과의 전면적인 대결로의 회귀는 '러브 레터'를 주고받던 김정은과의 순탄치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노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매우 성공적인 처리'를 거론, 북한의 고강도 도발 현실화시 강경 대응 선회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당장 군사옵션 카드를 꺼내기보다는 우선은 추가제재 등 최대 압박 전략 복원 등에 무게를 두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열릴 것으로 보이는 노동당 전원 회의와 김 위원장의 신년사 등에서 윤곽을 드러낼 북한의 '새로운 길'의 방향에 촉각을 세우며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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