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 사라진 美산타랠리…1년전과 확 달라진 성탄이브
S&P500, 어닝 제자리에도 연간 30% 급등…"고평가 우려 크지 않아"
국채·원유·금까지 20여년만에 동반랠리 '기현상'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 뉴욕증시가 가파른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과열 우려를 찾아보기는 힘든 분위기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세 차례 금리 인하로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한데다 미·중 무역전쟁이 휴전 국면에 들어서자, 더는 악재가 없다는 낙관론이 커지고 있다.
뉴욕증시는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현지시간) 급등 랠리 부담 속에 보합권에서 숨고르기 흐름을 보였다.
전날까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주가지수는 3거래일 연속으로, 나스닥지수는 9거래일째 최고치 랠리를 이어온 탓이다.
연말까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하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나란히 2%대 급락하면서 '최악의 성탄 이브'를 보냈던 1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표정이다.
◇美증시 '어닝 답보'에도 연간 30% 랠리
기업 어닝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가랠리가 이어지는 현상도 강한 낙관론을 반영한다.
S&P500 주가지수는 올해 들어 29% 상승했다. 연말까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지난 2013년 이후로 6년만에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반면 상장사들의 순익 증가율은 평균 0.5%에 그쳤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지난 1990년대 말 '닷컴버블'처럼 부진한 실적에도 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시야를 2018~2019년 2년 치로 확대하면 고평가 우려는 높지 않다고 WSJ은 전했다. 2018년에는 상장사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오히려 S&P500지수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23일 기준 18.18배로, 지난 2017년 12월 29일의 18.43배보다 오히려 낮은 상황이다.
WSJ은 "2017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S&P500 주가지수는 21%가량 올랐고 기업 수익은 '감세 효과'로 25% 증가했다"면서 "2년간 사이클을 비교하면 주가 흐름이 기업 수익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지수 상장사들의 순익은 내년에는 평균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증시가 내년에도 강세를 이어갈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美증시·국채 5년만에 동반랠리…유가·금값도 초강세
올해 뉴욕증시를 밀어 올린 최대 동력은 '연준'이다.
미국 경기가 초장기 호황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연준은 무려 세 차례 기준금리를 끌어내렸다.
경기 둔화에 대응해 금리를 인하하는 일반적인 방식에는 어긋나는 조치로, 연준은 '보험성 인하'라는 논리를 꺼내 들었고 한동안 시장을 짓눌렀던 'R(Recession·침체)의 공포'는 사라진 분위기다.
주가와 채권이 동반 강세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완만한 경기 확장으로 증시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리인하 덕분에 채권까지 초강세(채권금리 하락)를 나타낸 셈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난해 말 2.7%에서 1.9% 선으로 떨어졌다.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국채)의 동반랠리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S&P500 지수와 10년물 국채가 나란히 강세를 보이는 것은 2014년 이후로 5년 만이다.
여기에 원자재 시장의 위험자산인 원유와 안전자산인 금도 올해 두 자릿수 '플러스' 수익률로 기록하고 있다.
WSJ은 "S&P500 지수와 10년물 국채, 원유, 금까지 4가지 상품이 모두 초강세를 보인 것은 1984년 이후로 처음"이라고 전했다.
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