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위협 시달리는 한진家…내년 3월 주총 '분수령'
올해 조양호 대한항공 사내이사 박탈 이어 내년 조원태 한진칼 '시험대'
조현아, 우호지분 이탈 후 견제 세력과 손잡을 가능성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한진가(家) '남매의 난'이 가시화되면서 내년 3월 한진칼 주주총회까지 경영권을 둘러싼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한진그룹과 재계 등에 따르면 한진칼은 내년 3월 말께 주주총회를 열어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등을 상정할 예정이다.
내년 한진칼 주총은 올해 3월 주총 때부터 한진[002320] 총수 일가에 대한 견제 세력들이 "진짜 싸움은 내년"이라며 벼르고 있는 날이다.
올해 주총에서는 고(故) 조양호 회장 측근으로 꼽히는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가 관건이었다.
작년 말부터 지분을 사들이며 2대 주주에 오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반대표를 던지며 견제에 나섰지만, 표결에서 찬성 65.46%, 반대 34.54%로 석 대표 연임을 막지 못했다.
총수 일가에 대한 비판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특수관계인 지분과 우호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한진가 경영 기조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한진칼 주총 이틀 전 열린 대한항공[003490] 주총에서는 조양호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며 경영에서 배제되는 수모를 겪었다.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등으로 불거진 총수 일가의 비위 논란이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등의 반대를 불러 표결에서 조 전 회장 연임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지지 확보에 실패한 것이다.
당시 한진가는 충격에 빠졌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조양호 회장은 지병이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
선친 사후 조원태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르며 순탄하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으로 비쳤으나 전날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공식적으로 경영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남매의 난'이 불거졌다.
조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조 전 부사장의 작심 비판을 두고 재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미루고 있어 불만을 터뜨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물컵 갑질'로 경영에서 물러났던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14개월 만에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시켰는데, 조 전 부사장의 복귀는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남매간 불화 소식이 전해지자 내년 3월 한진칼 주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지켜내기 위해서는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사내이사 자리를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회장이 6.52%,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 6.49%, 차녀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47%,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5.31%씩 보유하고 있다.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8.94%에 달한다.
가족 간 이견이 없다면 가족 지분과 우호 지분 확보를 통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이탈하고 주주 간 합종연횡에 따라서는 조 회장의 자리가 위협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2대 주주로 경영권 견제에 나선 KCGI가 전날 한진칼 주식 지분을 15.98%에서 17.29%로 늘렸다고 공시하며 주총을 겨냥한 공세를 시작했다.
올해 주총 당시 지분율 7.34%로 3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은 현재 지분을 4.11%로 축소한 상태다. 한진가 분쟁이 격화된다면 국민연금도 견제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과 조인트 벤처(JV) 등 제휴를 맺은 미국 델타항공(10.00%)과 반도건설(6.28%)은 그룹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지만,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거나 견제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의 작심 비판이 어머니인 이 고문과 교감 아래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 그룹 인사에서 밀려난 측근이 많은 이 고문과 조 전 부사장 등이 조 회장을 견제하고 발언권을 강화하려 견제구를 던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캐스팅보트를 쥔 이 고문이 자녀들간 분란을 조장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는 등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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