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미국주가 최고 행진…내년엔 코스피도 좋아질까
올해 한국증시는 반도체 부진·미중 무역분쟁에 부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곽민서 기자 = 미국 주식시장이 주요 주가지수가 연일 최고 기록을 새로 쓰며 '산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의 훈풍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쳐 코스피도 강세 흐름을 보였지만, 올 한해 전체로 보면 국내 주가의 상승률은 미국 주가의 급등세와 비교할 때 초라한 수준에 그쳐 투자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중국의 일부 제품 수입관세 인하 결정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경신 흐름을 이어갔다.
연초와 비교해보면 미국증시의 강세는 더 두드러진다.
나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무려 34.82%가 올랐으며,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22.39%)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28.61%)도 급등했다.
반면 코스피는 올해 들어 이달 23일까지 7.97% 오르는 데 그쳤으며 코스닥 지수는 오히려 4.15% 내렸다.
일본 닛케이225(NIKKEI225) 지수(18.99%), 중국 상해 종합지수(18.80%), 홍콩 H지수(9.16%)의 연초대비 상승률과 비교해도 한국 증시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변수에 더해 반도체 업종의 부진 등 기업 실적 둔화를 겪으면서 한국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고 분석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경제가 순수 반도체 산업의 영향을 많이 받고 전체 증시에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며 "반도체 업종의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 한국과 미국은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변 센터장은 "미국은 순수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7%에 불과하고, 중국도 13억 인구 내수의 힘으로 미중 무역 분쟁을 견뎌냈다"며 "이에 반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대외 악재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분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는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해도 상승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내 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가장 선호한다"면서 "반면 한국은 주가 저평가돼있다는 지적을 받지만, 투자자들이 이를 믿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면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줄고 예탁금도 늘지 않고 있다"며 "신규 유동성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이 추세 변화를 일으키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증시가 추세적으로 상승하려면 신규 투자자 유입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려면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내년엔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한국 증시의 주가가 대체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 센터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내년 증시는 호전될 전망"이라며 "다만 내년 기업 실적은 올해보다는 좋겠지만 2017∼2018년도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투자자의 기대에는 못 미칠 수 있지만, 내년의 변화가 2021년을 낙관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내년 대선이 있어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고 올해만큼은 아니더라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코스피의 관건은 수출인데, 내년도 수출은 기저효과와 미중 무역 분쟁 완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전년 동기 대비 주가 상승률은 높지만 펀더멘털에 기반한 건 아니라고 본다. 향후 주가 하락 가능성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한국 증시에 대해서도 "미중 무역협상이 아직 1차 협상도 마무리가 안 된 상태고 한국 기업의 수출 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 코스피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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