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최고 실권자 급사…반정부시위 속 불안증폭 우려
살라 육군참모총장…"대통령 교체 이어 정치세력 재편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실질적인 권력자로 여겨지는 아흐메드 가이드 살라 육군참모총장이 23일(현지시간) 급사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수개월째 이어지며 혼란스러운 알제리 정국의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 워싱턴포스트(WP) 등 서방 언론은 살라 참모총장이 이날 알제리 수도 알제의 군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그의 나이는 79세 또는 80세이다.
살라 총장은 20년간 장기집권한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전 대통령이 대규모 국민 시위로 지난 4월 퇴진한 이후 알제리의 실질적인 지도자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프랑스를 상대로 한 독립전쟁 참전용사 출신인 그는 알제리 정부군과 이슬람 반군 사이의 내전 초기인 1994년 알제리 육군 수장으로 임명됐다.
2004년 육군참모총장 자리에 오른 그는 15년 동안 자리를 지키며 정권 내 군부의 입지를 다졌고, 부테플리카 전 대통령의 사퇴 후에는 더욱 강화된 군부의 역할을 바탕으로 알제리의 사실상 최고 권력자 노릇을 해왔다.
살라 참모총장의 후원을 등에 업고 지난 12일 대선에서 승리한 압델마드지드 테분 신임 대통령은 이날 그의 사망 소식을 발표하면서 사흘 간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테분 대통령은 또한 살라의 후임으로 사이드 청그리하(74) 장군을 임명했다. 청그리하 신임 육군참모총장 역시 사이드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식민지배에 저항한 게릴라 출신에, 군부 실세로 꼽힌다.
하지만 재빠른 후속 인사에도 불구하고 살라의 사망으로 알제리 정국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를 열망하며 부테플리카를 쫓아낸 알제리 국민은 새 대통령으로 테분이 선출된 후에도 전면적인 정치개혁을 외치면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상당수 시위대는 테분 대통령을 꼭두각시 삼아 실권을 행사하는 살라 총장의 사퇴와 군부의 정치 관여 중단까지 요구해 왔다.
현지 정치학자들은 민감한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살라 참모총장의 사망이 알제리의 정치 상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신임 대통령이 갓 들어선 상황에서 군부 최고 지도자까지 바뀐 만큼 상황이 안정되려면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레바논 베이루트의 카네기중동센터의 달리아 가넴 연구원은 "살라의 사망은 알제리 정치세력의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나라인 알제리는 프랑스를 상대로 8년의 독립전쟁 끝에 1962년 독립했고, 1992년부터 정부군과 이슬람 무장세력의 내전이 10년 넘게 이어지며 20만명이 목숨을 잃는 등 혼란을 겪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