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물물교환, 가상통화…美달러화 패권에 도전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세계 기축통화로서 미국 달러화의 절대적인 권위에 도전하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달러화의 지배력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국에 국한되지 않고 러시아나 일부 이슬람권 국가 등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28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18∼21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이슬람 국가 정상회의에서 이란, 터키, 카타르 등 3개국과 금화 및 물물교환을 기반으로 한 무역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골드 디나르(이슬람 금화)와 물물교환을 이용해 무역을 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면서 4개국 간 무역에서 서로의 통화를 통한 결제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데에도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들 4개국 가운데 이란은 미국이 작년에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경제제재를 하면서 어려움에 빠져있다.
또 카타르는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이란에 우호적이라는 이유로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수니파 9개국으로부터 단교를 통보받고 인적·물적 교류가 봉쇄됐다.
이번 정상회의에선 미국 달러화를 대체할 이슬람권 암호화폐를 개발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슬람 세계는 미국의 달러화와 금융 지배에서 살아남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암호화폐 도입을 제안했고 마하티르 총리 등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 정상회의에는 이슬람권 50여개 국가가 초대됐으나 약 20곳만 참여했다.
달러화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는 이들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중앙은행 차원에서 세계 처음으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디지털 화폐는 이르면 내년 선전(深천<土+川>)과 쑤저우(蘇州)에서 시범 사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만일 이 디지털 화폐가 무역 결제에도 사용된다면 중국 정부가 추진해 온 위안화 국제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누비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최근 비영리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은 미국의 달러 무기화를 막아내기 위해 미국이 지배하는 국제 금융 체계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를 강화할 것"이라면서 디지털 화폐 발행이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미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위안화가 국제 통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미 오래전부터 정책 노력을 기울여왔다.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는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금 보유량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역시 지난해 1천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팔아치우고 외국과의 교역에서 루블하, 유로화, 위안화의 사용 비중을 늘리면서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외환 보유고에서 미국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분기 61.63%로 아직 절대적으로 높다. 유로화(20.35%), 일본 엔화(5.41%), 영국 파운드화(4.43%), 중국 위안화(1.97%)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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