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자원재활용법 시행에 투명해진 소주 페트병…와인 '어쩌나'

입력 2019-12-24 10:57
개정 자원재활용법 시행에 투명해진 소주 페트병…와인 '어쩌나'

맥주는 5년내 재활용 용이 소재로 바꾸기로 시간벌기

무색 병 유례없는 와인·위스키는 '발동동'…환경분담금 낼 듯

(세종=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25일부터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포장재를 4개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차등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의 개정 하위법령이 시행된다.

새 제도의 시행에 임박해 음료·주류업계는 포장재를 바꾸는 등 대응에 들어갔지만 '색깔 있는 병'의 사용이 불가피한 일부 수입 주류 업계는 해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포장재 4등급 나눠…최하 등급은 분담금 할증 = 개정 법령은 포장재를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등 4단계로 등급화하는 것이 골자다.

또 색깔이 있어 재활용이 어려운 페트병과 몸체에서 라벨이 떨어지지 않는 일반접착제는 사용이 금지된다.

정부는 앞으로 재활용 등급에 따라 생산자가 납부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차등해 부과한다. 가장 낮은 '어려움' 등급을 받은 업체의 분담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문제는 제품의 몸체·라벨·뚜껑 등 가운데 하나라도 재활용이 어렵다면 '재활용 어려움'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수입 주류의 경우, 한국 시장을 위해서만 별도의 포장재를 개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가, 와인 등 일부 품목은 투명한 병을 사용하면 내용물 변질의 우려가 있어 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소주·맥주병은 재사용 가능…페트병은 희비 갈려 = 소주와 맥주는 '병이나 페트병이냐'에 따라 처지가 갈린다.

우선 유리로 만들어진 일반 소주병과 맥주병은 색깔 유무와 관련 없이 현재 상태 그대로 유지된다. 국내 각 업체가 녹색 소주병과 갈색 맥주병을 회수해 재사용하기 때문에 관련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러나 페트병의 경우에는 재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색으로 바꿔야 한다.

이 때문에 주류업체들은 소주 페트병의 색깔을 녹색에서 투명한 색으로 교체해 생산하고 있다.



갈색으로 생산되던 맥주 페트병의 경우 문제가 좀 더 복잡하다. 맥주 페트병을 투명하게 만들 경우, 내용물이 변질할 우려가 있어서다.

이에 맥주 업계는 최근 환경부·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과 자발적 협약을 맺고 5년 이내에 맥주 페트병의 재질과 구조를 캔·유리병 등 재활용이 용이한 소재로 바꾸기로 했다.

◇ 와인·위스키 '골머리'…음료 일부도 포장재 교체 = 가장 문제가 되는 주종이 수입 와인과 위스키다.

와인의 경우 전 세계 공통으로 유색 병을 쓴다. 위스키도 브랜드에 따라 일부는 색깔 있는 병을 사용하고 있다.

와인·위스키 업계는 한국만을 위해 별도의 생산 라인을 갖추라고 본사에 요구할 수도 없고, 세계적으로 '투명 와인병'은 생각할 수도 없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시행 하루를 앞둔 시점에서 뾰족한 수가 없기에 업계에서는 일단 현행 포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분담금을 내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이렇게 되면 업체의 생산 부담이 늘어나 와인과 위스키의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4일 "유리병을 쓰는 대부분의 와인은 몸체 색깔 때문에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위스키 역시 주류시장 질서 문란을 막기 위한 위조 방지 뚜껑 등 때문에 '어려움' 등급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다품종에 걸쳐 소량을 수입하는 업체의 경우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와인 수출국을 다수 회원국으로 둔 유럽연합(EU)은 지난달 "과학적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이번 조치를 정당화할 과학적 연구를 제공해 달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미국 증류주 협회(Distilled Spirits Council) 역시 지난달 환경부에 서한을 보내 "이번 조치는 무역에 불필요한 장애물을 만들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위반하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음료업계도 이번 개정 법령 시행을 앞두고 포장재를 바꿨다.

롯데칠성음료는 국내 사이다 제품의 대명사 '칠성사이다' 페트병 색깔을 35년 만에 초록색에서 투명한 무색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달 칠성사이다 500㎖ 제품을 시작으로 앞으로 모든 제품에 무색 페트병을 적용할 계획이다.

ts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