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볼리비아 관계 급랭…"외교관 위협" vs "임시정부 무시"
멕시코 "주볼리비아 멕시코 대사관에 과도한 감시 인력"
볼리비아 "멕시코가 의장국 볼리비아와 상의 않고 CELAC 일정 잡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중도좌파 정권이 들어선 멕시코와 에보 모랄레스 퇴진 후 우파 임시정부가 이끄는 볼리비아가 최근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멕시코 외교부는 23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의 멕시코 대사관과 대사관저 주변에 볼리비아 정보기관원과 보안요원이 150명가량 있다며 과도한 감시활동에 우려를 표시했다.
외교부는 또 이날 볼리비아 당국이 멕시코 대사 차량을 세워 검문하려 했다며, 외교관들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멕시코 외교부에 따르면 볼리비아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사퇴하고 멕시코 망명길에 오른 지난달 11일부터 대사관 경비를 강화했다.
주볼리비아 멕시코 대사관은 모랄레스 사퇴 이후 전 정권 인사 등 25명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고 멕시코 언론들은 전했다.
멕시코를 거쳐 아르헨티나에 망명 중인 모랄레스도 이날 멕시코 정부의 발표 이후 트위터에 볼리비아 정부가 망명자들을 겁주고 위협하기 위해 대사관저 상공에서 드론을 활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볼리비아 정부도 멕시코 정부를 향해 불만을 제기했다.
멕시코가 중남미·카리브해국가공동체(CELAC)의 내부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중남미·카리브해 국가 33개국이 모인 CELAC은 회원국이 돌아가며 1년씩 의장국을 맡는 데 올해는 볼리비아, 내년 1월부턴 멕시코가 의장국이다.
멕시코는 내년 1월 8일 회의를 소집하면서 올해 의장국인 볼리비아와 논의하지 않았다고 볼리비아 정부는 주장했다.
볼리비아는 또 멕시코 정부가 자니네 아녜스 임시 대통령을 인정하는 것도 주저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카렌 롱가릭 볼리비아 외교장관은 "앞으로 볼리비아가 CELAC 회원국으로 계속 남을지 아닐지 보자"며 CELAC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멕시코와 볼리비아의 관계는 모랄레스 퇴진 직후 급냉각됐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모랄레스 퇴진 이후 그가 "쿠데타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으며, 곧바로 모랄레스에게 망명처를 제공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망명 중인 모랄레스가 정치적 발언을 이어가는 데 대해 멕시코 정부에 유감을 표시해왔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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