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클릭하는 美사법부…항소법원 판사의 4분의1이 '트럼프 사람'

입력 2019-12-23 11:46
우클릭하는 美사법부…항소법원 판사의 4분의1이 '트럼프 사람'

트럼프, 연방법원 판사 187명 지명…"공화 상원 빠르게 인준 밀어붙여"

"종신제인 판사에 젊은 사람 임명해 영향력 지속되게 해"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년 재선에서 실패하더라도 확실히 남을 그의 유산이 한 가지 있다. 사법부에 심어놓은 '트럼프 사람'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재임 3년간 대법원 판사 2명을 비롯해 연방법원 판사 187명을 지명했으며, 특히 미 전역 연방항소법원의 경우 판사 4명 중 1명꼴로 '트럼프 사람'이 됐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미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키는 와중에도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는 트럼프가 지명한 제13 항소법원 판사에 대해 인준했다.

WP는 "제13 항소법원은 미국에서 대법원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법원"이라며 "사법부에 새겨진 트럼프의 이러한 흔적은 이미 입법과 민주당 측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적으로 지난 8일 제5 항소법원은 전 정권의 핵심정책인 오바마케어의 '전 국민 의무가입' 조항에 대해 2대 1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당시 반대표를 던진 2명의 판사 중 1명이 트럼프가 지명한 인사다.

연방항소법원은 한국의 2심인 고등법원 격에 해당하지만 미국 대법원이 연간 100건가량의 사건만 심리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종심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3년간 항소법원 판사 50명을 지명했는데, 같은 기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 절반에 해당하는 25명만을 지명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까지 포함해 8년 동안 항소법원 판사 55명을 지명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으로 뉴욕을 관할하는 제2 항소법원을 비롯해 이미 3곳의 항소법원에서 보수성향 판사 수가 진보성향 판사 수를 역전했다.

우향우된 법원은 판결의 성향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 직접적으로 이득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우려했다.

당장 제2 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악플'을 단 일부 사용자를 차단한 사건 등에 관한 재심리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제11 항소법원은 선거권 관련 항소를 다룰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종신제인 연방법원 판사에 상대적으로 '젊은' 보수 성향 판사를 지명해 그 '효과'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도록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WP는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의 집행자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라며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는 대법원 판사 인준을 거부하며 시간을 끌던 매코널이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무섭도록 빠르게 판사 인준을 밀어붙이며 사법부 재편에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우리에게 매우 친절했다. 그는 (판사) 공석 142석을 넘겨줬다. 이전까지는 결코 없었던 일"이라며 "그런데 여러분도 알다시피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이 그 일인데"라며 비꼬았다.

이런 와중에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진보 성향의 서부 9개 주를 관할하는 제9 항소법원도 서서히 우향우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제9 항소법원은 이달 2명이 추가로 인준을 통과하면서 총 29명의 판사 중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판사가 9명에 이르게 됐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 11석 우위를 점했던 진보 성향 판사들이 이제는 단 3석 우위만 점하게 됐다.

폴리티코는 "이러한 경향이 계속된다면 사법부의 진보 축을 대변하는 법원이 더 이상 성소수자나 낙태, 이민자 관련 이슈에서 진보층에 귀를 기울일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