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전망] 美대선, '트럼프 시대' 어게인이냐 민주 탈환이냐
탄핵 변수 대선정국 관통…민주, 바이든 우세 속 '절대강자'는 없어
결과 따라 '美우선주의' 갈림길…한반도 문제 등 국제질서에도 파장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2020년 새해를 맞는 미국의 시선은 일찌감치 11월 3일 대선으로 향해 있다.
이번 미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이냐 아니면 민주당의 정권 탈환이냐의 싸움이다. 기존 질서 파괴와 파격, 즉흥과 충동, 예측 불가능성으로 점철된 '트럼프 시대'의 4년 연장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된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하원 통과로 탄핵 문제가 대선 정국을 관통하는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새해 벽두부터 지지층을 결집, 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여야의 셈법이 복잡하게 가동되면서 '탄핵 대 반(反)탄핵' 전선이 형성됐다.
지난 18일 탄핵안의 하원 본회의 표결 과정에서 다시 한번 극명히 드러났듯,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탄핵 찬반을 둘러싸고 양분된 미국의 대립과 분열상도 극심해지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는 국제사회의 정치·경제·안보 지형에도 막대한 파급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도 그 향배에 쏠려 있다. 특히 한미 동맹과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내년 2월 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로 후보 선출 작업의 첫 테이프를 끊은 뒤 지역별 경선을 거쳐 내년 8월(공화)과 7월(민주) 전당대회에서 각각 후보를 확정한다.
공화당은 조기에 트럼프 대통령 독주체제를 굳혔다.
지난 6월 1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출정식을 갖고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미국 정치사상 최대의 마녀사냥', '쿠데타 기도'로 규정, 정면돌파를 시도하며 '재선 마이웨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쳤던 그의 재선 구호는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이다.
이에 맞서는 민주당의 경우 10여명의 후보가 '트럼프 대항마'를 자처하며 난립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선두를 달리며 대세론 구축에 나선 가운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이 그 뒤를 따르며 각축을 벌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급진 진보' 프레임의 덫에 걸린 워런 상원의원이 하락하고 세대교체를 내세운 30대의 부티지지 시장이 약진세를 보이고 있다. 절대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이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아직은 '찻잔 속 태풍'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상위권 주자들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 등에 힘입어 그의 재선에 무게를 두는 관측이 현재로선 적지 않다.
탄핵 변수가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지 아니면 반대로 민주당에 대한 역풍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하원에서 탄핵당한 세 번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으며 정치적 내상을 입었지만, 상원의 여대야소 의석 분포상 탄핵안은 최종적으로는 부결이 유력시된다.
탄핵 찬반 여론이 두쪽으로 갈려 있는 가운데 양 진영의 지지층 결집 효과가 각각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탄핵 문제 자체가 대세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탄핵안이 상원에서 부결, 탄핵 변수가 조기에 소멸할 경우 승패는 결국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플로리다를 비롯해 러스트벨트(쇠락한 제조업 지대) 등 스윙 스테이트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어젠다 면에서는 이번에도 경제가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친 것도 상당 부분 미국 경제 성장세였던 만큼, 경제 지표의 변화 여부도 표심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힐러리 클린턴을 꺾는 파란을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은 '아웃사이더', '정치적 이단아'로서 철저하게 워싱턴 문법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기존 질서 파괴에 나섰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그의 신(新)고립주의는 '세계 자유 진영의 리더'라는 미국의 전통적 역할을 그 뿌리부터 흔들며 국제적 역학과 동맹 관계에도 큰 변화를 초래, 충격파를 안겼다.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중국과는 무역전쟁 등을 통해 G2(주요 2개국) 간 패권 경쟁을 가속했고, 동맹보다 '돈'을 중시하는 태도로 우방들과의 갈등을 불사하며 전통적 동맹관을 허물어뜨렸다.
예고 없는 '트윗 폭탄선언'으로 전 세계를 뒤흔들며 '트럼프 리스크'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트럼프 시대는 리얼리티 TV쇼를 방불케 했다.
그의 재선 여부에 따라 미국의 외교정책과 국제질서도 중대 갈림길에 서게 된다.
무엇보다 관심은 대선 결과가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으로 모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북한 문제와 관련, '화염과 분노'에서 세 차례의 북미 정상 간 만남으로 극적 반전을 이룬 연장 선상에서 톱다운식 대북 관여 드라이브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미 관계가 '강 대 강' 대치로 회귀할 가능성을 비롯해 내년 11월 3일 대선까지 무수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유동성이 큰 상황이다.
대선 과정에서는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옵션 등 강경 맞대응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지만, 당장 무력사용보다는 추가 제재 등 최대압박 전략 복원을 통한 상황관리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도 강경 대응 회귀 가능성에 경고장을 던지며 제동을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방위비 분담 대폭 증액 등 자국 이익을 앞세운 동맹에 대한 압박 공세가 가중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대중(對中) 견제용 포석이 깔린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 요구도 가속할 수 있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을 막고 정권을 되찾을 경우 외교적 해법을 통한 대북 접근은 유효할 것으로 보이나 개인기에 의존한 트럼프식 톱다운 외교와 달리 실무협상을 통해 먼저 성과를 도출하는 바텀업 방식으로 돌아갈 공산이 작지 않아 보인다. 바이든 전 부통령 등 민주당 주자들은 외교 정책에 있어 동맹과의 관계 복원 등 국제사회 내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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