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만에 소액후원 1천만달러'…지지층 결집 역공나선 트럼프
재선캠프 "자원봉사자·유세 참석자도 증가…탄핵에 지지층 분노"
기성정치 희생양 이미지 부각하며 재선 당위성 호소할 듯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 촉발된 탄핵 국면을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태세다.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하원의 탄핵소추를 받은 뒤 상원의 탄핵 심판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어찌 보면 정치적 위기일 수 있지만, 이를 민주당을 향한 반격과 분위기 전환의 기회로 삼기 위한 전략을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의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지난 18일(현지시간) '경합주' 미시간 유세에서 민주당의 행동을 '무법적', '당파적'이라고 규정하고 "정치적 자살 행진"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21일 플로리다 연설에서는 민주당을 겨냥해 "극좌파", "사회주의자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하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공화당원들에게 "지구상에서 가장 멍청한 인간들"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탄핵소추에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고 오히려 역공을 펴는 것이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를 내년 재선 전략과 연결하고 있다.
AP통신은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기반을 활성화하기 위해 탄핵을 활용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고, 정치전문매체 더힐도 "탄핵을 선거 운동의 자산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등 국민적 여론이 한쪽으로 쏠려 있지 않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잘만 활용하면 현재 정치 지형을 지지층을 더욱 결집할 호재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AP는 지난 9월 탄핵조사 시작 이후 후원금 모금, 자원봉사자, 유세 참석자가 증가했으며, 트럼프 재선 캠프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지난해 중간선거 때 투표하지 않은 880만명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는 데 탄핵 국면이 핵심이 될 수 있다는 본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트럼프 재선 캠프는 48시간 만에 소액 기부금으로 1천만달러 이상의 후원금이 들어왔다고 밝히는가 하면, 탄핵이 경합주에서는 인기가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배포하기도 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에도 60만명의 새로운 후원자가 생겼다고 한다.
브래드 파스칼 선거대책본부장은 "탄핵이 지지층에 불을 붙여 그들이 분노하고 화가 나 있다"며 "민주당은 지지층 저변에 있던 불꽃을 점화시켰다"고 말했다.
미 언론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국면을 워싱턴 정치의 부조리에 희생당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데 성공한다면 2016년 대선 때처럼 기성정치의 이단아 내지 반란자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유세 때 조언한 샘 넌버그는 AP에 현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엘리트에 공격당한 아웃사이더로서 출마할 이유를 계속 제공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에게 재선이 된다면 그것이 실질적 첫 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이 2016년 투표를 무효로 하려 하고 있다"며 내년 대선 때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판은 내달 말께 부결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 내년 11월까지 관통하는 대선 이슈가 되긴 어렵다는 예상도 있다.
마크 롬 조지타운대 교수는 더힐에 "탄핵이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유권자들이 탄핵을 평상시처럼 정치 공방처럼 보고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