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연휴 시작 佛, 연금 개편 파업에 교통대란
고향 등 찾으려던 시민들, 철도 취소·지연에 발 동동
정부-노조 협상 합의 불발…내년 1월 재개할 듯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된 프랑스에서 정부의 퇴직연금 체제 개편에 반대하는 파업으로 인해 교통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토요일인 이날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파리 기차역 등에 인파가 대거 몰렸다.
그러나 연금개편 파업으로 인해 파리 시내를 잇는 지하철은 물론 교외로 향하는 철도 운행도 잇따라 취소되거나 지연됐다.
프랑스 국철(SNCF)은 고속철(TGV) 운행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였다.
파리의 가장 분주한 역 중 하나인 생-라자르 역에 몰려든 시민들은 전광판 등을 통해 기차 출발시간의 변동 상황을 주시했다.
두 자녀와 함께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의 가족을 방문하기 위해 역에 나온 피에르퐁씨 부부는 로이터에 자신들이 예약한 기차의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차가 출발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상황에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서북부 캉행 열차를 기다리던 르세프씨는 목적지까지 보통 때의 두 배인 6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고속철뿐만 아니라 파리교통공사(RATP)의 파업으로 이날 16개 파리 지하철 노선 가운데 절반은 운행이 중단됐다.
일간 더타임스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프랑스 중부 비시에 사는 부친을 방문하는 로슈씨 역시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고향 방문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파리지앵과 마찬가지로 나도 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 기차를 타지 못하면 파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면서 올해 94세인 자신의 부친이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됐다고 토로했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제를 포인트제를 기반으로 한 단일 국가연금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동에 적합하게 연금제도를 다시 설계하고, 단일연금 체제 도입을 통해 노동 유연성을 높이면서 국가재정 부담을 줄인다는 목표지만, 노동계는 "더 오래 일하게 하고 연금은 덜 주겠다는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일 프랑스 제2의 노동단체인 노동총동맹(CGT)과 산하의 철도노조를 중심으로 시작된 총파업은 1995년 총파업 이후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파업으로 평가된다.
이번 개편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크리스마스 교통대란'만큼은 피하기 위해 지난 19일까지 노동계·재계 대표와 만났으나 합의하지 못했다.
필리프 총리는 노조 측에 "크리스마스 연휴에 프랑스인들이 가족들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노동계는 내년 1월 9일 대규모 시위 일정을 알리며 파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온건 성향으로 평가되는 프랑스 제1 노동단체 민주노동연맹(CFDT)은 크리스마스 기간 파업 중단을 노조원들에게 제안했지만, 철도 부문 노조는 파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총파업을 주도하는 제2 노동단체 CGT는 정부에 연금개편안 폐기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제1 노동단체 CFDT는 정부가 추진하는 단일 연금체제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CFDT도 연금을 수령하는 나이를 현행 62세에서 64세로 높이는 문제에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국철(SNCF)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노조 UNSA 역시 크리스마스 '휴전'을 제안했지만, 여러 지역의 노조원들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연금개편 파업을 둘러싼 협상은 내년 1월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후 개편안을 의회로 가져간 뒤 내년 여름까지 관련 입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