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바둑 AI 한돌, 예상대로 강했지만 약점도 있었다

입력 2019-12-21 18:41
수정 2019-12-21 21:02
국산 바둑 AI 한돌, 예상대로 강했지만 약점도 있었다

이세돌 은퇴 대국서 2승 1패…'2점 접바둑' 학습 부족에도 막강 기력 과시

머신러닝 생명은 데이터…중국 '절예'는 다양한 대국 경험 쌓으며 최강자 등극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NHN[181710]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한돌이 21일 펼쳐진 이세돌 9단과의 마지막 대결에서 승리하며 총전적 2승 1패로 대국을 마감했다.

한돌은 이번 3연전에서 맞대결로는 사람이 대적하기 어려운 막강한 기력을 과시하며 3년 전 '알파고 쇼크' 때보다도 더욱 비약적으로 성장한 AI 바둑의 현주소를 보여줬지만, 경험이 부족한 '2점 접바둑'에서는 약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한돌은 이날 전남 신안군 증도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3번기에서 1국과 같은 '2점 접바둑'으로 이세돌과 맞붙었다.

한돌은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한 1국 때와 달리 당황하는 기색 없이 초반 불리한 형세를 차근차근 역전해갔다.

NHN은 "1국에 비해 한돌이 초반을 다르게 출발했다"며 "어려운 수읽기 싸움에서 한돌의 묘수에 이세돌도 묘수로 응수했고, 승률이 50%를 넘긴 후 한돌의 수는 빈틈이 없었고 부드러웠다"고 평가했다.

결과는 한돌의 승리. 181수 만의 불계승이었다.



그러나 3국 패배 후 한돌에 대한 이세돌의 평가는 1국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이세돌은 "한돌은 접바둑으로 따지면 아직 그렇게 강하다고 보기는 인정하긴 그렇다"며 "절예와 비교해서 아직은 부족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세돌이 언급한 '절예'(絶藝)는 중국 텐센트가 개발한 바둑 AI다. 한돌이 3위를 차지한 2019 중신증권배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우승하며 사실상 세계 최강의 기력을 입증했다.

절예는 프로기사들과 호선(맞바둑)은 물론 접바둑 대결도 꾸준히 펼치며 학습 데이터를 쌓아 왔다. 지난해 1월에는 중국 최강자 커제를 상대로 2점을 접어주고 77수 만에 승리해 바둑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돌은 호선만 둬오다가 이번 대국이 결정된 두 달 전부터 접바둑 공부를 시작했다.



AI의 대표적인 방법인 머신러닝(기계학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데이터란 점에서 한돌은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여기에 이세돌이 '신의 78수'를 두자 당황한 듯 이해하기 어려운 수를 잇달아 펼치는 등 한돌은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바둑 AI 프로그램 '바두기'를 개발한 이주영 고등과학원 교수는 "1국에서 이세돌이 약 1시간을 쓸 때 한돌은 그 반 정도밖에 안 쓴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생각과 달리 속기 바둑은 사람이, 긴 바둑을 두면 AI가 더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1국과 달리 3국에서 한돌은 1시간 58분을 사용하며 2시간을 쓴 이세돌과 비슷한 호흡의 '여유로운 바둑'을 뒀고, 이는 낙승으로 이어졌다.



ljungber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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