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레스의 계속되는 '망명지 정치'…입 막으려는 볼리비아
볼리비아 정부 "난민의 정치 발언 허용되는지 유엔에 문의할 것"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아르헨티나에 망명 중인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연일 정치적인 발언을 이어가면서 볼리비아 임시 정부가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카렌 롱가릭 볼리비아 외교장관은 아르헨티나에 난민 자격을 신청한 모랄레스의 정치적 행동에 대해 유엔난민기구에 문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롱가릭 장관은 "난민이 정치적 의견을 공공연하게 말하거나 국가의 안정을 위협하는 정치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14년 가까이 집권했던 모랄레스는 4선 연임에 도전한 지난 10월 대선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일자 물러났다. 이어 멕시코를 거쳐 아르헨티나에 망명 중이다.
도망치듯 물러난 후에도 "살아 있는 한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던 모랄레스는 실제로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에서도 정치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기자회견과 인터뷰, 트위터를 통해 연일 볼리비아 임시 정부를 비난하고, 곧 치러질 볼리비아 대선에선 자신이 이끌던 좌파 정당 사회주의운동(MAS)의 선거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모랄레스는 지난 16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연 기자회견에선 자신이 쿠데타의 희생양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쿠데타의 배후엔 볼리비아 리튬 사업에서 배제된 미국이 있다고 주장했다.
19일 또 다른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이 여전히 법적으로 볼리비아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모랄레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유엔난민기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불확실하다.
모랄레스가 지난 12일 아르헨티나에 도착했을 때 펠리페 솔라 외교장관은 그에게 정치적 발언을 삼가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티아고 카피에로 아르헨티나 내각장관은 이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난민도 아르헨티나 시민과 동등한 표현의 자유를 갖는다. 우린 그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 스페인어판은 현지 국내법이나 난민 관련 국제협약엔 난민의 정치적인 발언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보도했다.
볼리비아 임시정부는 모랄레스 체포에도 나섰다.
볼리비아는 지난 18일 모랄레스에 대한 테러와 선동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모랄레스가 볼리비아 내 지지자들에게 폭력 시위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정부는 인터폴에도 공조를 요청한다고 현지 일간 엘데베르는 전했다.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 간에는 범죄인 인도 협정이 체결돼 있지만 일반적으로 난민의 경우 본국 송환을 피할 수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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