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일 정상회담 나흘 앞두고 일부 품목 수출규제 완화
한일 수출갈등 봉합의 일환 평가…"완전한 해결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고은지 기자 = 일본이 한일 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수출규제 대상 품목 3가지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양국이 수출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절차를 하나씩 밟아가는 과정에 일본이 한발 물러서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감광제)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을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바꾼다고 밝혔다.
특정포괄허가는 일본 수출기업이 일정 기간 정상적인 거래 실적이 있는 거래 상대방에게 수출할 경우 포괄적으로 수출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일반포괄허가와 개별허가의 중간 수준의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앞서 7월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대한국 수출을 일반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하는 수출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일본 경산성이 이중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심사와 승인 방식을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바꿈에 따라 삼성전자[005930] 등 일본기업과 상당 기간 거래해온 국내 수요기업은 별다른 문제 없이 일본산 포토레지스트를 수입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개별 회담을 갖기 나흘 전이다. 이틀 후인 22일에는 베이징에서 한중일 3국 무역장관 회의가 예정돼 있다.
일본이 그간의 한일 갈등의 진원으로 지목된 수출규제 일부를 완화함으로써 조치를 철회하는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번 조치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포토레지스트는 규제 당시 일본 의존도가 90%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수출이 허가돼 삼성전자는 EUV 라인을 정상적으로 가동해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수출이 허가될 때마다 최대한 많은 양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본기업 JSR와 벨기에 연구센터 IMEC가 벨기에에 설립한 합작법인을 통해 우회 수입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일본 포토레지스트 기업들이 주요 거래처인 한국을 잃을 위기에 놓인 상황이었다. 현재 EUV 공정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정도만 양산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3개 품목의 대한국 수출을 개별허가로 전환했을 때도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개별허가를 가장 먼저 승인한 바 있다.
포토레지스트는 규제 약 한 달 만인 8월 7일, 기체 불화수소(에칭가스)는 같은 달 말 첫 수출허가가 났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석 달이 지난 9월 말 수출허가 승인이 이뤄졌고 액체 불화수소(불산액)는 세계무역기구(WTO) 2차 양자협의를 앞둔 지난달 중순 가장 마지막으로 허가를 내줬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와 원상회복을 바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규제가 완화돼 업계의 불확실성이 다소나마 해소된 것은 다행이나 이번 조치를 근본적인 해결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3개 품목 중 한 개만 규제가 완화된 데다가 이 역시 규제 이전인 일반포괄허가로 돌아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된 수준이라도 개별허가보다 리스크가 감소했다고 볼 수 있지만, 소재 수급의 불확실성이 해결된 것은 아니어서 우려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이 WTO 제소 절차를 중단하고 일본이 요구해온 수출관리 인원을 늘리기로 한 데 이어 일본 역시 포토레지스트의 수출규제를 완화하면서 갈등 봉합을 위한 노력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22일로 예정된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에서는 보다 진전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22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상,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장과 만나 3국 통상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청두에서 예정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가 어떻게 귀결될지 촉각이 모인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정식으로 회담하는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이다.
e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