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송환 막바지 극동 관문 공항 평양행 노동자 북적
"사람들의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다" 언짢아하기도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유엔의 제재로) 우리 기한을 제대로 못 맞추고 들어가는 것이라 여기에 있는 사람들의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다"
20일 오후 러시아 극동 관문 공항인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서 평양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기다리던 한 북한 노동자는 '다시 돌아오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하며 언짢아하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른 해외 근로 북한 노동자의 송환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자신의 의지와 동떨어진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는 항변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우리도 위에서 내려오는 일이니 잘 모르겠다. 근데 언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다시 만날지 누가 또 알겠느냐"는 말로 복귀 가능성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북한 노동자들 대부분이 짐을 한곳에 수북이 쌓아놓고는 조용히 항공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글라스로 멋을 내거나 무선이어폰을 착용한 사람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미처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한 북한 근로자들 가운데 일부가 한국 컵라면을 들고 뜨거운 물을 찾아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도 보였다.
출국 전 고액권이나 고가의 귀중품들을 고향으로 가져가기 위해 국제공항 내 세관 앞에 물품을 신고하려는 북한 노동자들의 대기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고려항공은 평양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항공편을 유일하게 운항한다.
주말에는 항공편을 운항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20일 항공기 2편이 사실상 송환 시한 전에 평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비행기인 셈이다.
고려항공은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2주간 기존 항공편 운항을 주 2회(월·금)에서 주 5회(월∼금)로 늘렸다.
갑작스러운 증편을 놓고 현지 소식통들은 북한 노동자들의 송환 시한과 증편이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조심스럽게 추측한 바 있다.
실제 지난 2주간 공항은 평양으로 들어가려는 북한 근로자들로 넘쳐났다.
국제공항 연해주 관광소개센터에서 일하는 알료나씨는 "최근 고향으로 돌아가는 북한 근로자들이 과거보다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 노동자들의 송환은 항공편뿐만 아니라 열차를 이용해서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북한 두만강 역까지 운항하는 열차의 중간 기착지인 우수리스크역의 관계자는 지난 18일 연합뉴스에 "현재 열차표는 모두 팔린 상태"라고 답했다.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기한 내에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러시아가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상에는 이달 초까지 1만8천533명의 북한 노동자를 러시아가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표트르 일리이체프 외무부 국제기구국 국장은 최근 현지 언론에 "우리는 모든 (유엔 안보리) 결의를 기한 내에 이행할 것"이라면서 "(북한 노동자 송환이) 추진되고 있고, 그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근로자들이 귀국 시한 이후에도 노동 비자가 아닌 유학·비즈니스·관광 비자 등으로 러시아에 입국해 '외화벌이' 활동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선뜻 동의하지 않는 시각도 있었다.
아르템 루킨 러시아 극동연방대 교수는 "안보리의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가 직접 결의했던 제재 결정을 위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북한 노동자들이 제재를 위반하고 러시아에서 계속 일하는 것을 숨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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