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시위대 모금한 100억원 동결…"돈세탁 혐의"
"모금한 돈으로 개인 보험 가입" vs "시위대 탄압 위한 조작"
조슈아 웡 "경찰, 영장도 없이 내 휴대전화 정보 수집"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시위가 7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홍콩 경찰이 시위대가 모금한 7천만 홍콩달러(약 100억원)를 동결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이 20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전날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모금 활동을 해온 단체인 '스파크 얼라이언스'(Spark Alliance·星火同盟)가 모은 7천만 홍콩달러를 동결하고 단체 관계자 4명을 돈세탁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의 아파트에서 현금 13만 홍콩달러와 16만5천 홍콩달러어치 슈퍼마켓 쿠폰 구매 영수증, 레이저포인터 2개, 활 6개, 다량의 헬멧, 방독면 등을 압수했다.
스파크 얼라이언스는 지난 2016년 몽콕 폭동 때 체포된 시위대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로, 지난 6개월 동안 8천만 홍콩달러(약 120억원)를 모금해 시위 체포자에 대한 법률적 지원 등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시위에 참여한 10대들에게 각각 수천달러의 현금을 지급하고, 기금을 개인적 목적으로 유용하는 등 불법 활동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체포된 4명 중 한 명인 50세 남성은 이들이 만든 유령회사의 경영자로 등록돼 있었는데, 그는 모금된 돈으로 가입한 보험 상품의 수령인으로 기재돼 있었다.
경찰은 "이 단체가 기금으로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점이 없다는 점에서 수상하다"며 "보험 가입액은 매우 큰 액수였다"고 밝혔다.
스파크 얼라이언스는 페이스북을 통해 성명을 내고 "우리는 모든 시위대에 법률적 지원을 제공해왔지만, 경찰은 돈세탁 등의 혐의를 조작해 우리 단체를 무너뜨리고자 한다"고 비난했다.
지난달 HSBC은행은 스파크 얼라이언스의 활동이 당초 밝혔던 목적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이 단체의 계좌를 정지한 바 있다.
홍콩에서 돈세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고 14년 징역형과 500만 홍콩달러(약 7억5천만원)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홍콩 시위대는 경찰의 기금 동결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한 16세 고등학생 소녀는 "경찰은 시위대가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도록 의도적으로 이들 단체를 약화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24세 건설 노동자는 "경찰에 체포된 시위 참여자의 부모들은 스파크 얼라이언스에 연락해 도움을 받는다"며 "이 단체가 없다면 부모들은 어디서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크 얼라이언스는 시위 지원 단체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단체로, 모금한 돈의 액수나 지출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위 지위 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큰 단체는 '612 인도주의 지원 기금'으로, 마가렛 응 전 입법회 의원, 반중국 성향 가수 데니스 호, 요셉 젠 전 추기경 등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612 기금은 지금껏 9천710만 홍콩달러(약 145억원)를 모금했으며, 이 가운데 2천330만 홍콩달러(약 35억원)를 시위 참여자에 대한 경제적, 법률적, 의료적 지원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한편 홍콩 시위의 주역 중 한 명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전날 법원 심리에서 경찰이 자신의 휴대전화 정보를 불법으로 채집했다고 주장했다.
조슈아 웡에 따르면 지난 6월 21일 경찰본부 포위 시위를 선동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그는 지난 8월 30일 경찰에 체포된 후 자신의 아이폰 휴대전화를 빼앗겼다.
그런데 자신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한 적이 없고,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왓츠앱 대화 내용 2건과 텔레그램 대화 내용 2건이 증거로 제출됐으며 이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법원은 보석 상태에 있는 조슈아 웡과 이반 램 데모시스토당 비서장, 당원인 아그네스 차우 등이 내년 초 대만, 영국, 일본 등을 여행하겠다고 신청한 데 대해 거부 결정을 내렸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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