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룰라 "난 아직 자유롭지 못해"…대선 출마 포기 시사
석방에도 피선거권 회복되지 않아 2022년 대선 출마 불투명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좌파 아이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19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전날 리우데자네이루 시에서 500여 명의 문화예술인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행사에서 대선을 포함한 선거에 후보로 나서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과 지난해 대선에서 좌파 노동자당(PT) 후보로 나섰던 페르난두 아다지 전 상파울루 시장 등 좌파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나는 아직 자유로운 입장이 아니며, 나의 출마를 막으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2022년 대선에 출마할 뜻을 접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석방되기는 했으나 피선거권은 여전히 제한되고 있는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돈세탁 혐의로 1심과 2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2018년 4월 7일 남부 쿠리치바 연방경찰 시설에 수감됐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이 2심 재판의 유죄 판결만으로 피고인을 수감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수감 580일 만인 지난달 8일 석방됐다.
룰라 전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 출마할 것인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형사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치인의 선거 출마를 8년간 제한하는 '피샤 림파'(Ficha Limpa: 깨끗한 경력)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대선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룰라 전 대통령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해 강력한 비난을 쏟아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를 나치 정권에 비유하면서 브라질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정부는 과거 독일에서 나치 정권이 한 것처럼 문화 분야를 시작으로 브라질을 파괴하려 한다"면서 "우리는 다른 악몽들에 맞섰던 것처럼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룰라 전 대통령 석방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석방 지지 의견이 우세하게 나왔다.
이 조사에서 54%가 연방대법원의 룰라 전 대통령 석방 결정을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공정한 결정이라는 의견은 42%였다.
또 룰라 전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비교해 신뢰도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룰라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의견은 '항상 믿는다' 25%, '가끔 믿는다' 36%, '전혀 믿지 않는다' 37%, 무응답 2%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항상 믿는다' 19%, '가끔 믿는다' 37%, '전혀 믿지 않는다' 43%, 무응답 1%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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